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뭐 묻은 개와 겨 묻은 개

이성기 기자<정치부>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지난 8일 오후 국회 브리핑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비장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는 불만부터 털어놨다. “어제 이해찬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인 것에 대해 언론이 ‘아수라장’ ‘막말 싸움’등으로 보도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내며 설명을 자청했다. 김 의원은 하루 전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와 “대답하세요”(김 의원) “대답할 수 없습니다”(이 총리), “냈습니까, 과태료”(김 의원) “다 냈습니다”(이 총리)““자~알 했습니다”(김 의원) “비아냥거리지 마십시오”(이 총리)라며 감정 섞인 고성을 주고받으며 언쟁을 벌였던 터.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대통령 건강에 관한 사항은 국가 1급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국민의 대표이자 독립적인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이 정부 관료에게 정치 관련 질문을 했는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차떼기 당이다 뭐다 비난한 것까진 참았는데 ‘이놈 저놈’이라 욕한 의원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청래 우리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여당 의원들의 태도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여야는 상임위 정수 조정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합의해 어렵게 6월 임시국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여야가 내세운 명분은 늘 그렇듯 ‘민생’과 ‘상생’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도 ‘늘 그렇듯’ 역시나 보기 좋게 허물어졌다.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한 이해찬 총리나 총리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을 거론하며 비아냥거린 김 의원 모두 대정부 질의 취지에서 벗어나 있기는 마찬가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북핵 위기와 쉽게 살아나지 않을 듯한 경제 상황으로 안팎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런 행태를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 정치권이 그토록 강조하고 두려워한다는 민의는 어떨까.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는 김 의원의 말을 국민들은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 의원이 브리핑실을 뜬 후 여기저기 웃음이 터진 이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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