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잡음없게…" 합리적 리더십 강조

■ 색깔 드러낸 한덕수號<br>"거시정책 韓銀과 조율" 이례적 발언 눈길<br>"부처간 이해관계충돌 안돼" 조용한 경고도

전임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시장과 이해집단을 이끌었다면 한덕수 부총리는 이른바 ‘합리적 리더십’이 트레이드 마크다. 18일 연속해서 이어진 일정 속에서 한 부총리는 이런 성향을 드러냈다. 부총리는 우선 이해집단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이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취임 후 처음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본인 스스로를 ‘변화를 지향하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정의했다. 정책기조ㆍ방향은 유지하되 이 전 부총리와는 다른 형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우선 민감한 현안인 금리와 환율 문제. 한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금리정책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입장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재경부는 전날 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의 회동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은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문구를 적시했다. 거시정책의 양대 축인 금리와 환율에 대해 재경부가 이처럼 한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금리ㆍ환율정책의 헤게모니가 한은으로 넘어갔다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르다”며 “재경부와 한은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려는 부총리의 의지가 묻어난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통상 문제의 핵심인 스크린쿼터와 관련해서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브리핑에 이어진 오찬 간담회에서 “영화인들이 문화관광부 장관 말이라면 수긍을 하지만 딴 곳에서 하면 반발한다”며 “문화부 장관이 나서 대화도 하고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스크린쿼터를 유지하는 곳은 8개국밖에 없다”며 적극적 개방론을 취했던 것은 통상교섭본부장 시절에나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모습은 오후 농림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이어져 농업개방 과정에서 농민들이 받게 될 불이익을 최대한 줄여줄 것을 재차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찰을 피하는 한편으로는 ‘조용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취임 후 처음 가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한가지 부탁이 있다”며 “부처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좋지만 결정된 정책이면 일관되게 대국민에게 발표하고 집행해야 한다”면서 부처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표면화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시정책에 대해서는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벤처 부문에 시장 부동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당근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유가급등에 대해서는 “펀더멘털이 유가를 극복할 것이며 우리나라의 브랜드 파워(경제)가 세졌고 과거 기준으로 보면 안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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