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21]'돌아온 미라' 대박 예고
'여름시장 호조에 좋은 징조" 기대감
2년전 이맘께 개봉돼 빅히트를 한 뼈다귀 귀신들의 액션 모험을 그린 '미라'의 속편 '돌아온 미라'(The Mummy Returns)가 지난 4일 개봉돼 주말 3일간 무려 7,0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런 액수는 할러데이(공휴일)가 아닌 때 나온 영화로서는 할리우드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할러데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개봉 주말 최고 흥행기록을 낸 영화는 1997년에 나온 '주라기 공원'의 속편 '잃어버린 세계'(9,020만달러)이고 다음이 지난해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 2'(7,080만달러).
그 다음이 '돌아온 미라'인데, '잃어버린 세계'와 '미션 임파서블2'의 기록은 나흘 연휴동안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미라'는 한해 흥행수입의 40%를 점하는 할리우드의 여름 시장을 여는 작품이어서 영화사들은 이를 올 여름 흥행호조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평가들로부터 호평과 악평을 골고루 받은 '돌아온 미라'는 납량용으로는 적절하나 음향, 특수효과, 음악 및 난삽한 내용 등 모든 것이 지나쳐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영화다. 한마디로 말해 컴퓨터 장난이 심한 만화 같은 영화인데, 관객들의 반응은 굉장히 높아 떼돈을 벌 것 같다.
서두로 시작되는 5000년전의 스코르피온왕의 군대와 적군간의 사막전에서부터 사람의 혼을 뽑아놓는다. 정신없이 바뀌는 화면전개와 함께 극장이 부서질 정도로 쾅쾅 울리는 효과음으로 인해 시각과 청각장애 치료비를 배급사인 유니버설에서 청구해야 할 판이다.
이어 영화는 전편이 끝난지 8년뒤인 1993년으로 내려온다. 이집트고분 도굴업자 출신의 릭(브렌단 프레이저의 연기가 엉망이다)과 이집트학자인 이블린(레이철 와이스)은 결혼해 당돌한 8살짜리 아들 알렉스를 두었다.
릭 부부가 아들까지 동반해 다시 이집트의 신성한 무덤을 뒤지는 바람에 전편서 사라졌던 3000년 묵은 미라 임호텝이 되살아난다. 물론 전편서 임호텝의 애인이었던 여자도 다시 등장해 임시미라를 진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필사의 노력을 쏟는다.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릭을 대표로 한 인간들과 임호텝을 두목으로 한 미라들이 서로 치고 받고 법석을 떠는데 여기에 피그미미라와 뱀과 전갈과 쥐와 온갖 벌레들까지 나와 호들갑들을 쳐댄다. 눈요기로 전생서 공주였던 이블린과 이블린의 아버지의 젊은 왕비로 전편서 임호텝과 눈이 맞은 안크-수-나문이 스트립 댄서 차림에 가면을 쓰고 칼부림을 한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거대한 반인반스코르피온이 된 스코르피온왕. 요즘 미국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레슬링의 수퍼스타 록이 스코르피온왕으로 나오는데, 장사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캐스팅이다.
과학ㆍ액션ㆍ모험ㆍ공포ㆍ로맨스ㆍ코미디인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사람은 전편의 스티븐 소머스. 무조건 히트작만 만들면 임금대접 받는 이 동네서 그는 앞으로 황금방석에 올라 앉아 목에 힘주게 생겼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 이 영화는 남의 영화 자투리들을 도둑질해 섞어놓은 독창성이 전무한 영화다. 'E.T.' '타이타닉' '인디애나 존스' '스타워즈' '타임머신' 그리고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심지어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남은 찌꺼기들을 모아 솥에다 넣고 끓인듯해 영화 보는 맛이 느글느글하고 매스껍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