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세계 금융시장 장악한 수학천재들

■ 퀀트 (스캇 패터슨 지음, 다산북스 펴냄)


'퀀츠(quants)'는 고도의 수학ㆍ통계적 지식을 이용해서 투자 법칙을 찾아내고 컴퓨터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구축한 다음 이를 토대로 투자를 행하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시장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배짱이나 직감, 기본적 분석에 의지하던 기존 투자자들과 달리 수학 천재인 이들 퀀트는 편미분, 양자물리학, 고급기하학 등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그들만의 투자기법으로 지난 20년간 월스트리트를 장악했다. 수많은 투자회사와 투자자들이 그들의 기법을 좇았다. 퀀트는 단 한번의 마우스클릭으로 수십억 달러를 세계 어느 곳으로나 옮길 수 있는 디지털화된 자금거래시스템도 만들어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전문기자인 저자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경제를 쥐고 흔들었던 퀀트의 존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기 시작했다. 금융시장 붕괴의 원인을 퀀츠에서 찾은 것이다. 저자는 퀀트들이 어떻게 금융공학 투자기법을 만들었고 또 짧은 시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그들이 단 몇 주 만에 순자산 대부분이 사라져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 붕괴의 순간을 추적했다. 그 중심에는 최고의 퀀트라 불리는 4명이 있었다. 모건 스탠리 내부 헤지펀드인 PDT의 대표이자 뉴욕시 지하철에서 노상 키보드연주도 곧잘 하는 괴짜 수학자인 피터 멀러, 재스퍼 존스의 8,000만 달러짜리 그림을 사고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에서 결혼식을 올린 켄 그리핀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 대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던 클리프 애스네스 AQR캐피털 매니지먼트 대표, '라이프 마스터'타이틀을 보유한 체스 고수이며 블랙잭에도 뛰어난 도이치뱅크의 파생상품 트레이더 보아즈 웨인스타인이 그 주인공이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퀀트들은 '펀더멘털'에 대한 관심이 없는 대신 한 기업의 주가변동의 요인을 결합해 찾아낸 변수를 바탕으로 주가변동을 예측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수학원리와 컴퓨터를 신뢰한 이들은 1980년대 증권화 비즈니스를 개발한 데 이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블랙스완' 같은 예기치 못한 가격 변동은 시장을 뒤흔들었고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어 파장은 더욱 컸다. 책은 퀀트들이 이들의 수익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 3월 8일 월스트리트의 승자가 됐음을 자축하며 맨해튼 중심가의 한 호텔에 모여 앉았던 그날 밤의 묘사에서 시작된다. 마치 한편의 갱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이들의 흥망성쇠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이자 월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조언이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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