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한보철강 인수승인으로 인수작업의 최대걸림돌이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채권단 관계인 집회에서 매각승인이 무산돼 인수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NI컨소시엄은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한보철강 인수승인을 환영했다. 공정위의 지적대로 INI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철근시장 점유율이 28.1%에서 38.2%로 높아지면서 1~3위 업체의 점유율이 71.4%로 70%를 초과해 기업결합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INI컨소시엄은 공정위가 시장과점 문제를 걸어 한보철강 인수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우려해 왔다. 다행히 설비 매각을 조건으로 한보철강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한숨 돌리게 된 것.
따라서 INI스틸은 공정위 요구대로 포항1공장의 철근설비(30만톤 규모)를 1년안에 매각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처리 계획은 아직 없지만, 중견 철근생산 업체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INI컨소시엄은 이번 조치에 따라 우선 이달 안으로 INI컨소시엄 당진공장을 공식 출범시켜 포스코의 열연 독점체제를 무너뜨리면서 국내 철강시장의 양강구도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 INI스틸 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을 완전히 인수하게 되면 연간 390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인수이후 세부적인 운영계획은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가동이 중단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A지구의 열연공장(180만톤)이나 미완공된 B지구 열연공장(210만톤)이 가동되면 포스코에 견줄만한 열연강판 공급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INI컨소시엄은 그러나 이날 오후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매각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한보철강 인수의 마침표를 끝내 찍지 못했다. 이날 한보철강 정리계획 변경안 인가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서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한보철강 최대채권자인 캠코는 “AK캐피탈의 한 지분권자가 캠코를 상대로 뉴욕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만큼 패소할 경우 발생하는 채무를 채권자들이 공동부담해야 한다”며 변경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나석환 한보철강 법정관리인은 캠코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시간을 두고 심의를 해야 한다”며 파산부에 기일 변경을 요청했고 파산부는 “무의미한 가결절차를 진행하기 보다는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다음주 24일로 인가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연기했다.
이번 소송은 채권단 내부의 문제지만, 최악의 경우 캠코가 이번 소송에서 질 경우 부담해야 할 배상금에 대한 채권단 공동분담이 합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인가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는 진단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한보철강의 인수가 무산됐던 AK캐피탈은 지난 6월 한보철강의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인수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회복시켜 달라는 소송을 프랑스 파리소재 국제상 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