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제의 기업] 정립전자

210명의 직원 중 198명 장애인 고용정립전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 회사의 엘리베이터는 전층을 운행한다. 그 이유는 210명의 직원 중에 198명이 장애인이기 때문. 또 직원 자녀들의 나이 또래가 비슷하다. 장애 때문에 자녀양육이 부담이 돼 아이를 갖지 못했던 직원들이 96년 회사에 탁아소가 설치되자 일제히 가족계획을 벌였던 것이다. 89년 설립된 이 회사는 PCB와 디지털애니메이션을 주력으로하는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으로 지난해 40억 매출에 순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PCB제조와 애니메이션은 노동집약적이며 초기투자비용이 적어 충분한 고용을 창출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산업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주영 원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대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숭실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긴급조치 5호 때 구속됐다. 장애인이면서 학생운동 전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땅에서 '입에 풀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친 이원장은 미국방위산업사인 피카췌시픽코퍼레이션 들어가 88년 한국지사로 발령 받았다. MBA를 취득하고 미국 방산업체의 한국지사장으로 발령 받은, 전도유망한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장애인복지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88년의 장애인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으며 자활의지가 부족한지 절감했다. 자활의지와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정립전자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품질이다. '품질은 고객에 대한 양심의 표현'이라는 표어만큼 품질에 관해서는 완벽을 추구한다. 장애인들이 만들기 때문에 불량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품질경쟁력을 인정 받아 현재 삼성전자, 파워넷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별주부해로', '무지개요정 통통', '톰과 제리' 등이 이 회사의 작품이다. 올초 있었던 앙시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는 프랑스의 테바, 덴마크의 에이필름, 스페인의 애니매직 등으로부터 연간 40억원 어치 장기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도 역시 품질을 중시한 덕분이었다. 58명의 애니메이션사업부 직원들은 피나는 3개월간의 교육 끝에 실력면에서 비장애인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하루 12시간이상의 교육을 받으면서도 ??이 자활의지를 불태웠던 그들의 땀방울이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이주영 원장은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하는데, 기업의 입장에서 그 결과는 바로 품질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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