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크게 마음을 상하는 경우가 있다. 승진을 잔뜩 기대했는데 무산됐을 때, 실적을 꼭 채워야 하는데 기대했던 고객이 다른 곳으로 거래선을 바꿨을 때, 존경하는 상사로부터 뜻하지 않은 심한 꾸중을 들을 때 등등 직장에서 상심하는 경우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직장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집안에서 상심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아내와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시작한 것이 장기간의 냉전으로 악화해 수습에 골몰할 때, 아이들이 두번씩이나 대학입시에 고배를 마시고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혼자 방에서 울고 있을 때, 나이 드시면서 점점 더 기력이 쇠잔해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시는 어머님의 쓸쓸하신 뒷모습을 대할 때 등등. 우리는 늘상 이렇게 '상심의 바다(sea of heartbreak)'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상심이야 세상살이에서 오는 삶의 질곡(桎梏) 같은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돌리고 기꺼이 받아들이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이런 상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있다. 어떤 이는 무슨 상심이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잔잔한 호수에 잠시 일렁이던 물결이 금새 잦아지듯 곧바로 평상심으로 돌아와 종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내내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 그 표정에서부터 행동에 이르기까지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유형도 있다.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후자에 속하는 듯하다. 아직도 많은 수양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그게 생각대로 되질 않는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 목숨 건다'라는 책이 시중에 베스트셀러가 돼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삶은 꼭 중요한 것이 아닌 사소한 것에 너무 매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중요한 것도 때로는 사소하게 봐넘길 수 있는 도량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일에 너무 상심해 하지 말고 유치환 시인의 시 '행복'처럼 '나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 없건마는, 머리위로 항시 푸른 하늘을 이고 있으매 이렇듯 행복하노라'고 하는 마음의 여유를 이 청명한 가을에 가져볼까 한다. /강신철<경남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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