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26일] 국내 IB, 미국과는 다르다

오랫동안 전세계 금융계를 쥐락 펴락했던 투자은행(IB)들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미국의 월가가 ‘IB의 무덤’이 됐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부동산을 기반으로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 자기자본의 30~40배에 달하는 엄청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켰던 미국의 대표 IB들은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희생양이 됐다. 결국 자신이 파놓은 무덤에 자신이 묻힌 꼴이 되고 말았다. 미국 IB의 몰락은 전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한 것은 물론 이제 갓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 IB 산업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인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중개, 자기자본투자(PI) 등 IB 영역에 속하는 고수익 분야는 대부분이 글로벌 IB들의 차지였다. 1~2년 전부터 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 진출을 꿈꾸며 IB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오고 있다. 주식위탁매매 등 단순한 브로커리지 사업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내년 시작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국내 IB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결국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미국 IB들의 몰락으로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IB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한순간에 무너지는 ‘탐욕스런 IB’일 뿐이다. 국내시장과 아시아시장을 겨냥해 금융경쟁력을 발휘해야 하는 ‘한국형 IB모델’까지 도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최근 일본이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와 유럽 법인을 잽싸게 인수한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증권연구원이 25일 ‘최근 IB에 대한 7가지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의 기자간담회를 연 것도 국내 IB산업에 대한 명확한 현실 인식을 주문하고자 한 것이다. 최근 국내 한 증권사의 고위임원이 “그동안 국내 증권사가 IB와 관련해 뭐라도 해놓은 게 있어야 걱정할 게 아니냐”는 푸념에서도 국내 IB의 현실이 잘 묻어난다. 너무 강한 불로 까맣게 태운 이웃집의 솥을 보고 이제 갓 밥을 짓기 시작한 아궁이에 땔감을 넣지 않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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