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문명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판타지, `케이-펙스`가 19일 관객과 만난다.
지난 2001년 가을 미국에서 개봉됐던 이 영화는 첫 주 1,75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흥행 면에서도 성과를 남겼다.
영화는 지구에서 1,000 광년 떨어져 있다는 리라좌의 행성 `케이-펙스`(K-PAX)를 뇌리에 새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공항에서 발견된 프롯(케빈 스페이스 분)은 자신이 7개의 달과 2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 `케이-펙스`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프롯을 반길만한 곳은 지구상에선 정신 병원 정도.
바쁜 일과 덕택에 정신 없이 살아가던 정신과 의사 마크(제프 브리지스 분)는 과대 망상증으로 추측되는 프롯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다. 마크는 수 차례의 최면 요법까지 동원하며 프롯의 내면을 풀어내려 애쓴다.
반면 프롯은 `모든 만물은 자기 치료 능력이 있다`고 말하며 의사 대신 병동 환자들의 심령을 고쳐 간다. 그리고 `성공한 엘리트`지만 자신의 주변 문제와 맞설 힘조차 잃어버린 마크의 심령까지 어루만지게 된다.
`케이-펙스`는 명상, 마인드 콘트롤 등 20세기에 등장한 다양한 뉴에이지 경향이 사회 주변부에서 전 계층으로 무리 없이 자리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달려온 인류의 행보가 `행복의 질`까지 바꾸지 못한 이유 역시 `내면을 돌아보는 법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려 20여 분에 걸쳐 최면 치료 장면도 소개되지만 `미스터리`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프롯의 잠언`을 현실치료 대안이라 평하기에는 처음부터 불완전한 요소가 적지 않아 보인다. 프롯과는 달리 돌아갈 `케이–펙스`를 두지 못한 지구인에게, 삶 자체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 교훈은 근본적인 방안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연으로 분한 케빈 스페이시와 제프 브리지스는 배우의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