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그윽한 묵향 스며든 매향에 취해 볼까

동양화가 문봉선, 내달 7일부터 '묵매화전'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의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香氣)놓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期約)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고종 때의 시조작가 안민영은 시조 '매화사'에서 이렇게 매화의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아담한 풍치와 높은 절개를 상징하는 '아치고절'의 꽃이자 얼음같이 투명한 모습과 옥 같은 바탕이라는 뜻의 '빙자옥질'의 상징인 매화는 긴 겨울을 이기고 가장 먼저 개화하는 기상이 군자와도 같아 동양미술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재가 됐다. 종로구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는 2011년 첫 새 전시로 동양화가 문봉선(홍익대 교수)의 묵(墨)매화전을 마련했다. 일찍이 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는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모색하며 고집스럽게 전통 재료인 '먹'만을 고집해 왔다. 생동감 있는 수묵 산수 풍경과 사군자로 유명한 그는 지난 20년간 틈틈이 '매화 그림'을 연구했다. 2월7~27일 열리는 이번 전시에 '문매소식(問梅消息)'이라는 제목으로 총 68점의 묵매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서른 즈음에 우연히 본 선암사의 홍매(紅梅) 사진에 감화돼 "직접 현장에서 매화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바로 다음날 전라선 야간열차에 올라탔다. 이 후 각지의 사찰에 기거하면서 관찰과 사생을 반복해 매화에 대한 화론(畵論)을 마련했다. "매화는 모두가 좋아하는 꽃이며 그 운치와 품격은 줄기가 옆으로 뻗고 뒤틀리듯 기괴하게 생긴 모양에 있습니다. 묵매화는 첫째로 '체고(體高)'라 하여 긴 세월 속에 풍상을 겪은 듯 그려야 하고, 둘째는 '간괴(幹怪)'라 오래된 줄기가 뒤틀려 기괴한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지청(枝淸)'의 곧고 맑은 가지, '초건(梢健)'의 어린 햇가지에 밴 힘, 그리고 '화기(花奇)'라 하여 드문드문 꽃이 피어있게 그려야 제격이지요. " 간결하면서도 힘찬 필치로 작품에 등장하는 매화들은 백매화ㆍ홍매화부터 노매(老梅)까지 아우르며 선운사와 광양 매화농원, 지리산 단속사, 화엄사 구충암, 중국 남경의 매화산, 일본 오사카성 매원과 후쿠오카의 신사 등지에서 채집됐다. 어스름한 기운의 달빛아래 꿈틀거리는 모습을 담은 매화는 긴 겨울을 이겨내고 이제 곧 봄이 오리라는 계절의 신비와 희망을 동시에 풍겨낸다. (02)735-9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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