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정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2010년 1,200만 외래관광객 유치 정책’에 노점상ㆍ노숙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멀게는 86아시안게임 및 88올림픽, 가깝게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와 같이 또다시 ‘토끼몰이식’ 단속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23일 서울시내 각 구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노점관리종합대책’에 따라 오는 5월까지 서울시내 노점상들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벌여 구별로 특정 구역에 1개씩의 시범가로를 조성한 후 나머지는 동시다발적인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종로구청의 경우 이미 본격적인 노점 단속에 들어갔으며 영등포구청은 최근 1,000여명의 철거용역 직원과 포크레인을 동원해 무허가로 영업 중이던 영일시장 상인들을 전격 철수시켰다. 청계천 개발로 동대문운동장에 자리를 잡은 노점상들도 서울시의 공원화사업 계획에 따라 또다시 자리를 옮겨야 할 처지에 몰리자 집단 반발할 태세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노점관리조례’ 등을 제정, 홍콩이나 대만ㆍ싱가포르처럼 노점상을 허가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노숙인들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올해 28억6,4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시내 드롭인(Drop-In) 센터에 등록돼 있는 노숙인들 중 희망자에 한해 건설현장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질서 문란 및 노상방뇨 등으로 가로 환경을 어지럽히는 노숙인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격리조치를 취하기로 이미 연초부터 각 구청에 통보한 상태다. 현재 서울시내 노숙인들은 거리거주자 620명 등 모두 3,200여명 규모로 추정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현 도로법상 노점상이나 노숙인은 불가피하게 정비 대상이자 단속 대상이 된다”며 “그러나 사회적 현실을 고려해 생계형 노점이나 일시적 노숙인 등은 제외하고 시민 보행에 불편을 주는 노점과 기업형 노점, 공공장소 장기 점거자 등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방침에 노점상이나 노숙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필두 전국노점상총연합 의장은 “서울시의 노점시범가로 조성 및 노점 시간제ㆍ규격화 사업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적 발상”이라며 “경기침체에 따른 양극화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노점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동현 간사도 “노숙인 단속은 이들에 대한 인권 훼손과 복지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이미지 손상을 이유로 노숙인을 단속하고자 하는 ‘마케팅 행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