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예상보다 시장 차분…중장기 하락세는 지속 예상

[美 6,000억弗 2차 양적완화]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양적완화 발표가 나온 직후 4일 열린 서울 외환시장은 예상보다도 더 차분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하락 흐름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속도나 폭이 가파르지는 않았다. 어쩌면 무미건조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는 시황에 그대로 전달됐다. 장중 한때 전날보다 7원 넘게 떨어지기도 했지만대부분 5원 아래에서 움직였고 결국 전날보다 2원70전 내린 1,107원50전으로 장을 끝냈다. 1,110원이라는 1차 지지선이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평소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하락폭이었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이렇게 일차적으로는 원ㆍ달러 환율에도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흐름은 역시 내림 곡선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국인 자본 유입 억제책이라는 단기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시간을 두고 계속되는데다 3ㆍ4차 완화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기준금리 인상 등 대내 여건도 계속 이어지는 탓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달러가 공급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선진국에 비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자금유입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50대까지 내려간 후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민규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수년간 원·달러 환율이 900대로 떨어진 경우는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수주 물량이 폭발했던 지난 2007년이 유일했다"며 "당시와 같은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지 않는 한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를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가속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하락 요인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환율 하락이 가파를 경우 외자 유입 억제책을 조기에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연구위원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데다 시장이 금리인상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락 기조와 별개로 양적완화 발표 이전처럼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던 '환율전쟁'은 소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유동성 공급 규모가 크지 않아 양적완화 정책을 앞둔 일본과 유럽도 수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약 달러 정책에 정면 대응하던 중국도 최근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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