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도, 비속어도 없다. 과거의 향수는 있을지언정 그렇다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독한 코미디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 오랜만에 찾아온‘몸으로 웃기는 착한 코미디’가 웃음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바보 영구가 슬랩스틱 코미디의 향수를 안고 돌아왔다. 이번엔 미국이다. 1950년대 뉴욕 마피아 보스의 숨겨진 아들인 영구가 ‘라스트 갓파더’가 되기 위해 미국에 간다는 설정이다. ‘대부’의 후계자를 연기한 덕분에 외모도 많이 변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머리에 동전만하게 난 ‘땜빵’대신 중절모를 썼고 배까지 올려 입은 바지는 그대로지만 보타이로 멋을 냈다. 영구가 웃음을 주는 방법은 그의 전성기였던 20년 전과 다르지 않다. 옆 사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대고 떨어진 모자를 주으려 하지만 자신이 발로 계속 모자를 차는 바람에 줍지 못한다. 신발 속 발 냄새로 상대방을 기절시키거나 교묘하게 상대를 골탕먹이면서 주는 웃음도 여전하다. 영화는 여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식 사랑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영구 아버지가 보스로 있는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파의 숙적인 본판테파의 딸 낸시(조슬린 도나휴)에게 영구가 반하고 낸시 역시 영구의 따뜻한 마음씨에 반한다. 이 로맨스를 바탕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를 패러디한 장면을 넣는 등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어느덧 쉰이 넘은 영구 심형래는 주름이 늘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해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영구의 엉뚱한 협박 덕분에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 과정을 그린 모습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심형래는 “가족 모두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영구는 거지에게 옷을 벗어주고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노력하는 ‘착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목적이 기본적으로 웃음이라면 웃음이 너무 낡았다는 게 문제다. 20년 전 슬랩스틱에서 별로 진화하지 않은 ‘착한 코미디’가 요즘의 관객에게 얼마나 웃음을 줄 수 있을까. ‘향수’만으로 2시간을 이끌고 가는 게 벅차다는 건 수십년간 코미디를 해온 그가 제일 잘 알 텐데 말이다. 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