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25일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국민의 동참 호소라는 두가지 단어로 압축된다. 국정운영 비전인 ‘선진한국’을 위해 선진경제, 투명ㆍ공정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 민주정치, 효율적인 정부가 구체적 방법론으로 제시됐다. 민주정치의 핵심이 “대화와 타협”이라고 두차례나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부터 포용과 상생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 등은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기 반드시 억제=노 대통령은 이날 40여분에 걸친 연설시간의 절반 정도를 경제문제에 할애했다. 우선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정부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속단하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달라지고 있고 더디기는 하더라도 머지않아 반드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도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게 묻어나왔다. 양극화 문제 해결도 강조했다. “이제는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 뜻도 달라져야 한다”며 “경기가 풀려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우리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 분배문제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일면이 엿보인다. 특히 강조한 것은 부동산 투기 억제와 서비스산업 육성. “필요하면 투기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 용어까지 동원할 정도로 강한 의지가 배어나왔다. 그러면서도 건설경기는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약속했다. 상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조합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막대한 해외유학 비용과 의료비를 언급한 점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육성과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비스산업은 정부가 ‘선진경제’를 구현하는 필수과정으로 여기고 있는 분야. 정부는 노 대통령이 꼽은 금융ㆍ법률ㆍ회계ㆍ연구개발ㆍITㆍ컨설팅ㆍ디자인 등 기업지원 서비스산업과 교육ㆍ의료서비스, 문화ㆍ관광ㆍ레저산업 등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안 내놓는 창조적 참여’ 필요=노 대통령은 ‘선진한국’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경제’와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 사례로 세정혁신을 들고 “이제 모든 사람들이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시민, 그래서 누가 좀 보자고 해도 오금이 저리지 않는 떳떳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주정치와 효율적 정부가 ‘선진한국’ 달성의 핵심요소라는 점도 지적했다. 시민사회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문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민사회도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달라”고 시민사회의 자제를 요청했다. ◇선거구제 개선 논란 예고=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선을 촉구한 점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편의 방향에 따라 정당간 역학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각 당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역대결구도는 선거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며 “진단이 잘못돼 처방도 잘못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언급은 영남권을 겨냥한 일종의 판 흔들기”라고 비판해 논쟁 격화를 예고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선거구제 개편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어서 논란의 양상이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