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박근혜 정부의 신(新)조선책략


박근혜 정부의 국제 외교·안보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내수 침체와 체감경기 악화로 경제 성적표가 영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집권 이후 그나마 우등생 소리를 들었던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일본이 아시아에서 새로운 패권(覇權)지도를 만들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뚜렷한 외교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고 유연한 협상전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구상인 '드레스덴 선언'을 내놓았지만 북한은 콧방귀를 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우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시키면서 중국과 가까워지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외치며 동북아에 대한 경제ㆍ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맞서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부르짖으며 미국이 기존에 형성한 동북아 패권을 흔들려 하고 있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고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기념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 개발도상국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AIIB 설립에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결정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미일동맹에 맞서기 위해 한국을 한미일 3각 공조체제에서 어떻게든 이탈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이 같은 고도의 외교셈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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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한미동맹을 린치핀(핵심축)으로 삼아 한중교류를 확대해나가면서 중국 정부로 하여금 북한이 6자회담에 성실하게 나설 수 있도록 우회적인 압박을 넣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실효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역이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봉쇄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소외시키는 정책만 고수하다가는 드레스덴 선언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선언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무력도발 위험에 대해서는 억지력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면서도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인게이지먼트(포용)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먼저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복합농업단지 조성 등을 제안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당장 북한의 비핵화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라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한다면 정치 분야에서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동북아 정세에서 박근혜 정부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외교전략을 요구 받고 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한중협력을 강화하고 한일교류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용정책을 병행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동북아 외교정세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새로운 정책과 접근방법, 즉 '신(新)조선책략'이 요구되고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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