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타임스퀘어의 삼성전자

서정명<뉴욕특파원>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그리 유명세를 타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미국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미국 제품은 물론 소니ㆍ도시바 등 일본 상품들이 지나가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당겼지만 한국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회장이 여점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한국 제품은 왜 없는 거죠?” 여직원이 짧게 대답했다. “한국 제품은 쓰레기거든요.” 이 한마디는 이건희 회장이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가 오늘날 휴대폰과 평면TV,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브랜드를 자랑하며 한국을 뛰어넘어 월드클래스(World Class)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번화한 타임스스퀘어에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광고판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번쩍인다. 미국 금융회사와 일본 제조기업들의 광고판이 장악하고 있는 이곳에 한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삼성전자 광고판이 한국 기업의 자존심을 대변하듯 우뚝 서있다. 타임스스퀘어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센트럴파크(중앙 공원) 앞에 위치한 삼성전자 전용 전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의 소니 전시장과 함께 세계 최고의 전자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미국 소비자와 뉴욕 관광객들의 관람 코스다. 일본에서도 삼성의 기술력은 동경의 대상이다.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보화사업을 전개하면서 대기업의 범용컴퓨터를 쓰지 않고 삼성의 소형서버를 사용하는 것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일본 지방자치단체에 파고드는 삼성 기술력의 저력을 경계하고 있다 세계 경제전쟁은 가격에서 기술경쟁력으로 무기가 바뀌고 있다. 조잡하지만 싼 물건으로 세계시장을 두드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기록한 한국 기업들은 돈을 금고에 재어놓기보다는 다소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더라도 기술개발과 브랜드 투자에 지속적으로 나서야 한다. 백화점 점원이 ‘당신네 제품은 쓰레기’라는 참지 못할 말을 뱉어내기 이전에 기술과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천루가 즐비한 타임스스퀘어에 나갈 때마다, 세계 굴지의 기업 광고판과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삼성전자의 브랜드를 볼 때마다 양어깨가 으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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