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긴급진단] 경제체력 괜찮다지만 부실기업발 은행 건전성은 불씨

■ 대한민국 위기 대응력 충분한가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등을 시발로 금융ㆍ재정위기 우려가 제기되면서 우리 경제가 대외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외 금융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는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미시적으로는 위기의 도화선이 산재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거시건전성은 주로 경상수지ㆍ재정수지ㆍ외환보유액과 같은 나라살림의 형편과 대외신용도 등을 아우른다. 반면 미시 변수는 기업들의 재무상태, 금융기관 등의 자산건전성, 가계부채 수준 등을 포괄한다. 거시는 양호하지만 미시가 불안하다는 점은 대외 경제여건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책이 업종별ㆍ계층별로 세분화돼야 하고 단편적인 종합대책보다는 지속적인 시리즈 대책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나라살림-재정·경상수지 흑자행진… 수출여건 악화가 변수

나라살림 건전성의 바로미터가 되는 재정수지 흑자규모(통합재정수지 기준)는 지난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4%를 기록한 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는 GDP 대비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지난해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260억6,800만달러에서 2012년 431억3,900억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벌써 297억7,500만달러의 흑자를 내 전년 동기 실적(137억4,800만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는 금융ㆍ재정위기 우려를 사는 신흥국들이 주로 인도ㆍ인도네시아ㆍ태국처럼 재정ㆍ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나라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차별화가 예고되는 부분이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대외 경제여건 악화가 장기화하면 무너질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주력 수출품은 아직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프리미엄화가 뒤처져 환율 급변동시 가격경쟁력 약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은 하반기 우리 수출기업들의 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느 때보다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도 21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은 경상수지 흑자 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신용도-국가 부도 위험 줄어… 늘어나는 외채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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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신용도 역시 비교적 안정적이다. 국가 부도 가능성을 반영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보면 5년물 기준 우리나라의 프리미엄은 20일 현재 88로 마감돼 117을 기록했던 6월24일보다 하락했다. CDS 프리미엄 하락은 상대적으로 국가부도 위험이 낮아졌음을 뜻한다.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의 두 배를 훨씬 상회해 갑자기 빚 상환 요구를 받더라도 충분히 달러 등으로 갚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2ㆍ4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중은 29.1%로 독일(1ㆍ4분기 기준 33.1%), 일본(74.6%), 영국(69.4%), 홍콩(72.0%)보다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채의 절대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요인이다. 우리나라의 외채총액은 잔액을 기준으로 할 때 6월 말 현재 4,118억달러로 3월 말보다 15억달러 늘었다. 이 같은 증가는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은 있으나 최소한 증가속도만이라도 더 늦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시분야-건설·해운·조선업종 '도미노 위기' 경계 1순위

경제 전문가들은 대외여건이 악화되면 주로 신용도가 낮은 구조조정 대상 업종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난이 가중돼 '기업 연쇄 부도→금융기관 동반 부실'의 도미노식 금융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건설ㆍ해운ㆍ조선업계가 취약 분야로 꼽힌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여건이 악화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 주로 건설ㆍ해운ㆍ조선업계 등에서 신용경색에 따른 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며 "도산기업에 대출해준 은행 등 금융기관에까지 위기가 전염될 수도 있는 만큼 해당 업종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16개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여신 중 25%에 육박하는 54조6,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조선ㆍ해운ㆍ건설업종에 대출해준 상태여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업종별 부도 확률은 건설업 9.1%, 해운업 8.5%, 조선업 5.9%에 이를 정도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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