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정규직 법안 더 이상 표류해선 안돼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 이후 노사정간 논의가 표류하고 있어 안타깝다. 노동계는 법안에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등 인권위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경영계는 인권위의 의견을 잇따라 반박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양대 노총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이에 맞서 경제5단체장도 어제 긴급회동을 갖고 인권위의 입장 철회 및 법안의 조속한 시일내 원안처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 그래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노사정간 논의와 입법이 이렇게 더욱 꼬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을 낸 인권위의 개입 때문이다. 따라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권위가 의견을 철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인권위의 의견은 그대로 의견으로 두고 노ㆍ사ㆍ정 3자가 현실을 충분히 감안한 접근을 하는 것이 그나마 돌파구가 아닐까 싶다. 단언컨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인권보호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정규직들의 임금을 매년 올리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정규직과 같이 하라는 것은 기업들의 감당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으로 올리려면 20조원의 추가부담이 필요하다는 분석(금융연구원)인데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경쟁력은 커녕 기업의 존립조차 위태로울 판이다.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에 돌아간다. 여러 차례 지적하거니와 비정규직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강경노조 활동에 따른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들의 임금동결 등 기득권 양보가 선결과제다. 이를 외면한 채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노동계는 인권위의 의견을 계기로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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