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로에 선 외환관리] 유로貨 통화패권 넘본다

국제자본 달러팔아 유로사재기… 1유로=1.3弗 급등<br>美 위앤貨 절상압력 몰두 틈타 기축통화 자리 넘봐

미국이 위앤화 절상을 노리고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몰두해 있는 동안 유로가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를 조금씩 넘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약달러의 장기화를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달러패권의 지위는 그만큼 위험해지는 약달러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유로화 출범 직후 ‘1유로=0.8달러선’까지 올랐던 달러가치는 현재 ‘1유로=1.3달러’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유로에 대해 50% 이상 가치가 절하된 것.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 즉 유로가 반등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다. 미국의 쌍둥이적자 문제가 심화되고 위앤화 절상 압력이 본격화된 때와 대체로 일치한다. 이와 관련,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석유전쟁이란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유로의 상승세를 꺾으려는 미국의 달러패권 유지 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다분히 감정적인 분석이기는 하지만 최근 “유가 상승이 석유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유로권 경제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지정학적 불안을 야기해 유로의 안정성에 손상을 가하려는 미국의 책략”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약달러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익만을 좇는 냉정한 국제투자자본은 달러로부터 급속하게 이탈, 유로로 갈아타기를 검토하고 있다. 국제자본의 ‘달러 이탈→유로 안착’이 본격화되면 통화의 패권은 달러에서 유로로 이동하게 된다. 실제 아시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지난 3년간 급감하고 있다. 7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81%에 달했던 아시아 은행들의 달러자산 보유 비중은 2004년 9월 기준으로 67%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 이 비율은 83%에서 68%로 내려갔다. 이런 가운데 궈수칭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장은 5일 “달러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달러를 팔아 유로 등 다른 자산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위 외환보유국인 중국 외환당국의 이 같은 입장 표명으로 미국은 막강한 원군을 얻은 셈이 됐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위앤화 절상 압력의 일환으로 약달러 기조를 연장할 수 있는 여력을 준 것으로 어떤 면에서는 자충수를 둔 셈이란 분석도 있다. 사회과학원은 이와 관련, “달러에서 이탈한 국제투자자본이 유로에 안착하기 전까지 미국은 위앤화 절상을 노린 ‘중국 때리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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