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개·보수를 위해 적립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주택도시기금(현 국민주택기금)에 포함시켜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대신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때 부족한 금액을 기금에서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장기수선충당금을 기금에 편입시켜 공적 관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승강기·주차장 등 아파트 주요 시설을 수선할 때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관리비와는 별도로 집 소유주에게 일정 금액을 걷어 적립하는 돈이다. 현행 주택법에서는 아파트 단지별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관리주체가 자체적으로 징수·관리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안전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돈이 없어 공사를 못하는 경우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기금에 넣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것은 노후화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주택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30년 이상 노후주택의 비중은 지난 2010년 9.7%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0년에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액이 적은데다 관리주체의 '쌈짓돈'으로 이용되기 쉬워 실제 아파트 공사에 쓰이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달 전국과 서울의 평균 1㎡당 장기수선충당금은 각각 70원, 73원 수준이다. 반면 서울시가 의무관리대상 단지 94곳을 대상으로 계획수선비용을 산정한 결과 25년간 1㎡당 8만원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실제 장기수선충당금은 5만4,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 금액이 실제 필요한 액수의 63%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단지마다 각 공동주택관리규약을 정할 때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최소한의 충당금만 징수한 결과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장기수선충당금을 기금에 포함시켜 직접 관리할 때 부과 액수를 늘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2013년 신규 분양주택의 충당금을 1㎡당 400원 수준으로 높여 기본형 건축비(2013년 기준 132만3,000원)의 1만분의 3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 현재 상황에 맞는 충당금 수준을 다시 산정할 방침이다.
다만 그동안 관리비와 충당금을 구분하지 않고 장기수선계획도 세우지 않는 등 입주자대표회의가 일종의 '쌈짓돈'처럼 이용하던 충당금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리할 경우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토부는 보상책으로 리모델링 등 아파트 공사를 진행할 때 부족한 금액을 기금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만들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대출 수요를 파악해봐야 하지만 관리주체 입장에선 이 방식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