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7월 31일] 대세 하락기의 부동산대책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마치 일기예보나 선거 때의 출구조사와도 같아서 언제나 틀릴 가능성이 있다.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했는데도 부동산 시세표가 맞느니 틀리느니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부동산 가격이 큰 시차를 보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간의 부동산시장을 뒤돌아보면 무엇이 부동산거품을 만들어냈고 왜 그 지역만 유독 부동산가격이 떨어지지 않는지 어렴풋이 윤곽이 드러난다. 지난 2001년 서울의 강남부터 오르기 시작한 아파트 가격은 2007년 거의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2억원 남짓하던 은마아파트가 11억원을 넘어섰으니 부동산 망국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략 비슷한 시기를 두고 볼 때 우리나라만 주택가격이 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세계의 부동산시장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제히 상승세를 탓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국의 한 고가 아파트는 한해에 63%의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부동산거품을 만들어낸 것은 금융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부터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을 선호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신흥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나 인도가 있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범용기술을 어느 정도 습득한 이들 거대 국가들은 값싼 생필품을 전세계로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국내 물가에만 책임을 지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당연히 미국처럼 저금리정책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가장 먼저 부동산을 선택했으며 차례로 석유 등 원자재와 곡물 등으로 관심을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지적했듯이 돈에는 이미 국경이 없어졌는데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그 어느 곳으로부터도 간섭 받지 않고 있는 국제금융의 현실이 부동산거품의 근원인 셈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따져보자면 공급을 등한시한 수요억제 중심의 대책부터 기초조사조차 불가능했던 미비한 전산망에 이르기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나치게 방만했던 주택금융대출 등 풍부한 유동성이 집값 폭등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 등 갖가지 부동산세제의 강화와 소형주택 의무비율의 도입 등 규제강화에도 불구하고 멈출 줄 모르던 집값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축소하자 서서히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전세계 부동산시장은 반전됐다. 독일ㆍ일본ㆍ아일랜드 등의 주택가격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국내 부동산시장도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속적으로 고소득 인구가 유입되는데도 땅은 한정돼 있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만 계속 집값이 오를 뿐 개발이 원활한 라스베이거스나 마이애미 등의 경우는 이미 집값 하락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마이애미는 최근 1년 동안 집값이 24.6%나 떨어졌다고 한다.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징벌적인 부동산 세금’의 완화문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종부세 및 양도세의 경감과 주택금융의 완화 등이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높은 부동산세가 부분적으로 수요를 억제한 것은 분명하지만 유일한 부동산 침체의 원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25만가구에 이른다는 지방의 미분양아파트도 수요를 무시한 건설사들의 과잉공급과 고분양가 때문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늑대 소년’으로 전락했던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부동산경기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시그널을 남발해서도 물론 안 된다. 아직도 전국민이 부동산 재테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투기와 거품을 제거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부동산거래를 활성화시킬 정교한 대안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무엇부터 풀어줘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고민과 함께 대국민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하루아침에 되살릴 수 있다는 과욕 역시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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