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김씨의 옷 주머니에서 28명의 이름과 직업을 적은 가로·세로 15㎝ 크기의 메모지 두 장이 나왔다. 명단에는 판사, 형사, 식당 주인 등이 포함됐고 일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의사, 간호사' 등 직업만 적혀 있었다. 김씨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나를 치료한 의사와 돈을 갚지 않은 식당 여사장, 과거 나를 조사한 형사 등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간호사 이름을 적은 것에 대해서는 "불친절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또 혼잣말로 "이것들을 다 죽여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행히 김씨가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 범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메모지 명단에 오른 인물 중 실제로 김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아직은 허무맹랑한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9일 오후2시께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모(35)씨를 덮쳐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점을 미뤄보면 김씨가 계획적으로 증오범죄를 목표로 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씨는 경찰에 "예전에 식자재 배달일을 했을 때 마트 주인 중 여주인들이 미수금이 많았고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난 여주인들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점에서 김씨가 평소 여성에 대한 증오심이나 혐오감을 키워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남은 죄가 있는지 수사하는 한편 프로파일러를 통해 범죄 당시 심리상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살인·방화 혐의에 대해 김씨가 자백한 것을 바탕으로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