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교실 1PC보급 활용 못하고 방치

[국가정보화사업 문제많다] 2. 실적위주 행정광주광역시 운암중학교에는 지난해부터 교실마다 펜티엄급 PC를 설치, 현재 150여대의 PC를 갖추고 있다. 지난 4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1만여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모든 교실에 컴퓨터를 지급했다고 발표한 그대로다. 하지만 이 PC는 정부의 소박한 의도와는 다르게 학생들의 포르노 동영상 감상용으로 쓰이고 있다. 고급 PC와 함께 초고속 통신망까지 깔려 있어 그야말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2명의 담당교사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수리하느라 바빠 관리를 못하고 있다. 대구 대륜고등학교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PC 216대를 선생님 한명이 관리하다 보니 활용보다는 수리를 기다리며 먼지를 덮어쓰고 있기 일쑤다. 특히 대학 수험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3학년은 교실 안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전국공무원메일갖기운동 역시 실적은 계획대로 끝냈지만 실제 활용상황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 시내 일선구청에 근무하는 나모(37)씨는 구청에서 준 메일 주소가 있지만 여지껏 써본 기억이 없다. 메일을 보내오는 구민도 없고 메일을 보낼 구민도 알지 못한다. 나씨는 "전국의 모든 공무원에게 e메일을 보급했다고 들었는데 활용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쓸모가 없다"며 "구청 홈페이지에도 공무원의 메일 주소를 게재하지 않고 있는데 제대로 활용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전공무원메일보급운동, 전국각급학교1교실1PC보급운동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홍보하는 국가정보화 실적을 보면 이렇듯 실속이 없다. 돈만 썼지 활용과 관리가 소홀해 나쁜 쪽으로 이용되기까지 한다. 지난 96년 사법부는 9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추진한 원격영상 재판을 개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현재 이 제도는 몇번 실시하지도 못하고 중지됐다. 원격영상 재판은 재판을 받는 사람이 먼 곳에 갈 필요 없이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원격으로 재판을 진행하자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나 호주 등 국토가 넓어 사람이 드문드문 사는 경우에 필요한 것으로 우리와 비슷한 유럽이나 일본은 시행하지도 않고 있다. 국가정보화를 추진하라니까 보고용으로 급조한 뒤 돈 쓰고 생색낸 다음 폐기한 것이다. 사법부의 한 관계자는 "도서 벽지에 필요할 것 같아 시작했는데 별 의미가 없어 증인용으로 사용할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화사업은 대통령도 누누이 강조해온 대로 지식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실적에 급급하지 말고 도입ㆍ실천ㆍ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추진하는 것이 진정한 실적"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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