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7일] 아이폰은 계륵?

“애플의 아이폰은 계륵 같은 존재입니다.” 모 이동통신사의 고위임원이 최근 기자와 차를 마시다 무심코 던진 말이다. 아이폰을 들여오면 가입자 확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이통사로서는 다른 제조사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한다. 그렇다고 도입을 포기해 경쟁사만 공급하게 된다면 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여름부터 지속됐던 아이폰 한국시장 출시 루머는 결국 루머로 그칠 공산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년 4월부터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 탑재 의무화 제도를 없애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내년 1ㆍ4분기 이내에는 나오기가 힘들어졌다. 현재 SK텔레콤과 KTF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애플과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일단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다면 양사에 모두 공급되고 출시일자도 거의 엇비슷할 것 정도로만 관측하는 상황이다. 위피 제도 폐지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의 고민이 커지는 것은 아이폰을 출시하더라도 가입자 1명을 추가하는 것 외에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글로벌적으로 자사에서 광고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통사가 개별적인 광고ㆍ프로모션을 할 수 없다. 또 이통사를 통해 공급되는 아이폰은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199달러(8GB)에 판매된다. ‘모든 지역의 가격이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주장 때문이다. 아이폰 기기가격만 800달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통사가 약 50만~60만원을 보조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자칫 국내 제조사에 역차별을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아이폰은 위피가 탑재되지 않고 나오기 때문에 상당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다. 결국 이통사로서는 비싼 돈을 주고 들여와도 자사 가입자당매출액(ARPU)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모토로라ㆍHTCㆍ블랙베리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고 노키아ㆍ소니에릭슨도 내년 초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외산 휴대폰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소문만 무성한 아이폰 출시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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