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인은 정직한가

서양사람들은 으레 정직하고 예의바른 신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교묘한 반칙, 급하면 고의적인 반칙도 불사하는 서양 일류선수들을 보며, 서양사람들은 으레 정직하다고 할 수 있었을까. 『USA 투데이』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미국 최고경영자(CEO)의 대부분이 골프경기 도중 상대방을 속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4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2%가 상대방을 속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주로 자기의 볼을 치기 좋은 자리로 슬쩍 옮겨놓거나 잘못 친 타수를 빼는 계산으로 총타수를 줄이기도 하고, 심지어 상대방의 볼을 일부러 벙커에 차넣기도 한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은 정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99%가 그렇다고 했다. 문제는 골프에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이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속임수를 쓸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67%가 '예스'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좀 헷갈리는 대답이다. 자기 자신은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골프경기에서 속임수를 쓰고, 그 속임수가 바로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요근래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회계조작 사건이 연이어 불거져 미국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그것은 전세계로 파급되어 한국의 주가도 폭락하는 사태가 왔다. 에너지 중개그룹인 엔론과 회계법인 아서 엔더슨의 회계부정 스캔들, 미국 2위의 장거리 통신업체 월드컴의 38억 달러 회계조작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미국 복사기 업체인 제록스의 회계부정 규모가 6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이다. 때마침 한국에 온 독일 지멘스그룹의 폰 피어러 회장은 "분식회계가 미국경제 위기의 발단이다. 미국 기업이 빨리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갖춰 윤리경영으로 돌아가야 주식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는 논평을 했다. 텔레컴이탈리아의 기도 로시 전 회장은 "미국 CEO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창피한 줄을 모른다. 이는 도덕적 암과 같다"고 비판했다. IMF 위기 때 한국 기업의 투명성을 지적하며 야단치던 미국 기업인들이고 미국 은행가들이었다. 지금은 자기들의 투명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실이다. 서양사람들도 정직하지 않다고 꼬집어 말할 우리 형편은 못 된다. 이번 월드컵 때의 붉은 함성은 서양사람들에 괜히 주눅 들지 말고, 우리도 대등하게 해낼 수 있다는 젊은이들의 에너지 폭발이 아니었을까. 김용원(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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