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규호(55ㆍ사진) 신임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은 정통 외교관료 출신이다. 1975년 외무고시(9회)에 합격해 외교통상부 아시아ㆍ태평양국장, 미국 시카고총영사, 일본공사, 외교부 대변인, 동아시아협력대사 등을 지내다 지난 9일 외국인정책을 총괄하는 수장 자리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추 본부장은 외교부 시절 주로 아ㆍ태지역을 담당하며 역사교과서 왜곡, 남쿠릴열도 꽁치조업 문제 등 한ㆍ일간 민감한 사안을 맡아 왔다. 지난 2001년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사태 때 정부 대책반의 대변인으로 절제된 단어를 구사,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아ㆍ태국장이던 그는 ‘조용한 외교’를 주장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국민들은 “자존심이 침략당했다”며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지만, 추 국장은 “서로의 감정을 자극해서 이로울 게 없다”며 “조용하지만 할 건 다 하는 외교”를 강조했다. 언론 브리핑 때도 정확하고 정제된 단어를 구사, 극도로 민감했던 일본 역사왜곡 사태 당시에도 구설에 오르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추 본부장은 주위의 권유로 이번 공모에 출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추천도 힘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본부장은 벌써부터 일에 대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내정 발표가 나던 주말 곧바로 출근해 직원들을 살폈다. 추 본부장은 “직원들이 휴일에도 나와 근무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곳이 외국인 출입국 업무더라”며 “좋은 출입국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면 인력증원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는 전국의 16개 출입국관리소를 관리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 보호정책을 총괄한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조용한 외교’를 강조했던 추 본부장이 ‘외국인 100만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어떤 외국인정책을 내놓을 지, 그의 ‘조용한 행보’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