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간끌면 국가부도” 타결 앞당겨/IMF 자금지원 전격합의 안팎

◎외국은 자금회수 갈수록 늘어/한은 지난 한주간 80억불 막아/경제운용 IMF안 대부분 수용… 성장잠재력 잠식 우려국제통화기금(IMF)과 우리 정부가 주말 심야회동을 통해 전격 타결한 내용은 ▲구제금융은 조기에 대량 지원하되 ▲부실금융기관 정리, 성장 축소, 재정긴축 등 이행조건은 IMF의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IMF의 직접지원을 포함한 총 지원규모는 당초 정부가 요청했던 2백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6백억달러(미·일 등 지원 포함) 수준에 달하고 이번주내에 IMF의 긴급지원 자금이 1백50억∼2백억달러 가량 유입될 전망이다. 정부와 IMF가 지난 29일의 심야회동과 일요일인 30일의 연속회동을 통해 이같은 내용에 전격 합의한 것은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외환사정이 예상 외로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외국 금융기관이 만기가 돌아오는 우리나라에 대한 대출금의 기한을 연장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 단기자금을 급속히 회수했다. 금융기관들은 특히 지난주중 만기가 돌아온 자금의 90% 상당을 상환할 수밖에 없었다. 외화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금융기관들은 사실상 외화부도상태에 처했고 한국은행이 지난주에만 80억달러를 외환보유액으로 지원, 부도를 간신히 막아주는 상황이 지속됐다. 10월말 3백5억달러이던 외화환보유액이 2백억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연말까지 추가로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규모도 2백억달러 수준에 달해 외국 금융기관들은 IMF구제금융이 지원되기 전이라도 한국이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대해 IMF구제금융의 규모를 늘리도록 제안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 우리정부에 「체면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다름아니다. 정부가 IMF의 조건을 가급적 수용, 구제금융을 조기에 받는 쪽으로 선회하게 된 것도 클린턴 대통령의 전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우리 능력으로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돼 IMF의 지원이 절실하다 보니 우리정부의 협상능력은 현저히 떨어져 부실금융기관의 처리방법 및 성장축소, 재정긴축 경제운용방향은 IMF의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IMF는 거시경제지표운용과 관련, 2.5% 수준의 저성장, 국내총생산의 1% 수준인 50억달러 미만의 경상수지적자, 4∼5%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도록 요청했다. 또 경제운용 및 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부실금융기관 정리재원을 마련키 위한 초긴축재정과 세수증대, 과감한 파산처리 등을 통한 금융기관과 재벌의 구조조정 등을 요청하고 있다. 대규모 실업과 부가세·특소세 인상 및 물가상승에 따른 소득감소,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축소 등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이같은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연쇄부도로 부실채권 및 부실금융기관정리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 지원조건을 대폭 완화해줄 것을 1일 새벽까지 막바지 협상을 벌이며 요청했다. 특히 IMF가 12개 종금사 등 부실금융기관의 조기 정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데 대해 정부는 충격을 감내할 수 없다며 끝까지 버텼다. 그러나 과감한 구조조정 없이는 위기탈출이 어렵다는 IMF의 입장에 밀려 일부 조건을 다소 완화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문제는 정부가 조만간 IMF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수준으로 미뤄놓았다. 문제는 이같은 지원조건이 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지만 이에 앞서 성장기반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의 과대평가를 통한 과소비와 수출경쟁력 약화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는 부실채권과 금융부실에 따른 외환유동성 위기가 현재의 난국을 초래했다. 따라서 부실기업과 부실채권의 합리적인 정리가 관건인데 무리한 긴축과 저성장만을 강조할 경우 새로운 기업부실과 금융기관부실을 양산해 병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경제기반이 취약했던 멕시코에 대해서와 비슷한 방식의 IMF 융자조건은 협상이 급작스레 이뤄지다 보니 우리 경제의 현실과 괴리가 있는 졸속방안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비록 과다한 부채비율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상황에서 과다한 긴축이 도리어 경쟁력 기반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합의로 차기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재량권이 사실상 박탈당한다는 점을 고려, 국무회의 의결과 함께 대권후보들과의 협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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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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