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일촌일품 필요한 지역축제


10월은 날씨가 나들이하기에 알맞아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못 본 척 지나칠 수가 없는 계절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는 바로 요즈음 축제기간이다. 2,400여개의 축제 중 이번 달에 열리는 축제가 가장 많다.

필자도 지난주 말 순천ㆍ여수ㆍ진주ㆍ산청을 다녀왔다. 명색이 관광학과 교수인데 아이로니컬하게도 현장을 답사하기보다는 오히려 연구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였는지 오랜 만에 의미 있는 나들이였다.


지역 고유 명품 있어야 관광객 늘어

축제를 비롯한 지역의 대표적인 행사는 그 지역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기도 한다. 순천은 갈대밭으로 상징되는 순천만으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 400만명 이상이 국제정원박람회를 방문해 '생태도시'라는 이미지를 또렷하게 심어놓는 효과를 보았다. 지리산 자락 해발 500m에서 국제전통의약박람회를 개최한 산청도 목표 입장객인 160만명을 훌쩍 넘겨버려서 흑자 박람회가 됐다. 산청은 이번 엑스포를 통해 한방ㆍ약초의 본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이들 행사는 다른 지자체의 보통 축제와는 사뭇 달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 지자체가 축제나 박람회 등의 행사를 개최해 지역주민 화합, 문화적 자긍심 등을 과시하는 측면이 많은데 이 두 곳은 생태와 한방을 지역 대표상품으로 내세워 경쟁지역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놓았다는 점이다. 무릇 지자체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될 수 있는 자원을 기반으로 축제 테마를 정하는 것이 지역홍보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지역의 독특한 축제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축제육성 가이드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지역의 고유한 축제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축제를 벌이지 못하도록 맨 처음 상품을 개발한 지역에게 배타적인 권리(exclusive right)를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것은 중복 축제를 막는 방안이기도 하다.

지역 배타적 권리도 인정해줘야

지난달 진주 시장은 서울시가 진주 유등축제를 흉내 내지 말라고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번에 유등축제를 가보니 진주 시장의 염려는 다행히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어둠이 찾아올 때 남강 위에 띄어진 각종 동물이나 사람 형상을 한 색색의 등을 보면서 규모와 방문객 수에서 서울시는 게임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치는 행복한 얼굴들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즐거운 탄성이 성공적인 축제임을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청계천의 등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서울시도 비록 독자적으로 마련했다고는 하나 13년간 지속된 진주 유등축제의 역사를 볼 때 진주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역의 잘 나가는 상품을 서울에서 모방한다면 지방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정갈한 음식도 있어 재차 방문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의 마을에 하나의 명품을 만들자는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지역특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관광기념품이 어느 지역을 가도 전부 똑같다는 슬픈 현실은 바로 이런 배타적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 것이다. 그러니 지역마다 다른 축제가 있어야 관광객도 나들이 할 맛이 있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