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관광산업 새 틀 필요하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관광산업 국제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5위에 머물렀다. 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겪었던 일본(14위)을 비롯해 홍콩 15위, 싱가포르 10위, 호주 11위, 뉴질랜드 12위 등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년 전 32위보다는 다소 상승했지만 근래 성장한 국내 관광시장 상황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향후 관광시장 지속 성장에 우려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된 것은 외화벌이 산업기반이 변변하지 못한 1960년대였다. 1970~1980년대 산업화ㆍ민주화 과정에서 관광산업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급기야 1990년대 중후반 김영삼 정부 때 사치향락산업으로 낙인 찍혀 천덕꾸러기 산업으로 추락되는 신세도 겪었다. 그 결과 2000년 초반 6년 동안 국내 관광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2.5%로 주변 일본과 중국의 7~8% 고도 성장률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었다.

낡은 법제로 성장세 둔화 위기


반전의 기회는 2000년대 후반부터 오기 시작했다. 중앙정부가 아닌 서울시가 당시 외래 관광객 600만 관광객 수준을 5년 내 두 배로 올리려는 핵심시정 목표로 관광진흥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이에 중앙정부의 협력과 지원 등으로 본격적인 관광산업 진흥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그 결과 2010년 전후로 연평균 10%대의 성장률로 주변 경쟁국들 성장률의 거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반전드라마를 펼쳤다. 밀려오는 외국 관광객들을 보면서 비로소 나가는 해외여행객 걱정보다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늘리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게 됐으며 미래 중요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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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래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관광산업 성공신화는 벌써 수확체감의 법칙을 우려할 상황이 닥쳐왔다. 서울의 경우 숙박시설이 부족해 도심에서 먼 변두리나 서울 밖 경기도까지 나가 잠자리를 찾아야 한다. 일부 도심 내 호텔들 숙박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여행사들은 저가관광이라기보다는 저질관광 영업으로, 상인들은 바가지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한국관광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무질서와 혼란은 관광산업의 아노미현상이다. 즉 급격한 국내 관광시장 변동의 과정에서 이를 관리할 종래의 정책이나 법규 등 정책적 시스템과 업계의 대응 시스템이 약화되고 아직 새로운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아 발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숙박업 등 관련법 전면 재검토를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는 그러한 낡은 시스템 중에 관광 관련 각종 법규와 정책이 중심에 있다. 이제 시스템을 필요에 따라 조금씩 개정하기보다 전면 재검토를 거쳐 바꿔야 한다. 정부는 부족한 숙박시설을 확충한다고 관광진흥법을 일부 개정해 몇 가지 숙박업종을 추가 편입시켰다.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실상 관광객용ㆍ내국인용 따로 구분돼 있는 숙박업 법제 체계에 대한 통합적인 개편이 필요한 것이다. 현행 법체계로는 정작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중저가 숙박시설보다는 관광호텔이나 무늬만 비즈니스호텔인 비싼 고급호텔들만 늘어나게 돼 있다. 따라서 그러한 고급 숙박시설들만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관광호텔 등급제도도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중저가 숙박시설도 포함시켜 관광숙박시설로 대우를 해야 늘어난다. 특히 막대한 수익이 대기업으로 들어가는 면세점이나 카지노 사업들도 공사나 지방공기업에 대폭 허용해 수익이 다시 관광객 유치에 재투자되도록 해야 한다. 관광산업에서도 경제민주화 개념을 도입해야 당면한 고질적 문제점들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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