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심층진단] 서울시 내년 신규사업 사실상 올스톱

복지지출에 치여 도로정비·돔구장 차질…공원 조성도 못할 판<br>일반사업 예산 크게 줄어<br>자치구 사업 조정 불가피<br>지역축제 축소·폐지 위기<br>"공무원 월급 주기도 어렵다" <br>경기도 신청사 건립 보류


서울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서울시나 자치구의 내년 신규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세수는 줄고 있지만 복지 분야에 들어가는 예산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늘어난 부서는 여성가족정책실과 복지건강실 등 복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내년 예산 가운데 복지 분야를 제외하고 나머지 분야는 모두 예산이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주 중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내년도 예산안을 잠정 보고하고 세부 조율을 거쳐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에 부서별 예산편성 기준액(실링)을 전달하고 내년 전체 일반예산으로 16조1,873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예산(15조6,116억원)보다 5,7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부서별로 실링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범위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복지예산은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에다 박 시장의 의지도 강해 유일하게 증액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5~10% 정도 증액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시 복지예산은 순계기준 6조6,000억원으로 증액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순계기준이란 전체 예산에서 회계 간 전출입 금액(2조8,782억원)을 뺀 예산인데 올해 전체 순계규모는 20조6,287억원에 달한다. 올해 복지예산(6조285억원)은 전체 대비 29.2%를 차지했다. 올해 사회복지예산은 저소득층 분야 1조6,916억원, 여성ㆍ보육 분야 1조4,661억원, 노인 분야 7,927억원, 주거복지 분야 9,795억원, 장애인 분야 5,407억원, 보건의료 분야 2,958억원, 교육 분야에 2,621억원이 쓰였다.

관련기사



문제는 내년에는 이 복지예산 비중이 더 확대돼 일반사업에 쓸 예산이 올해보다 줄어든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순계기준)이 올해보다 3%가량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서울시 전체 예산은 2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복지예산(6조6,000억원)은 전체 예산의 30.9%로 처음으로 30%대를 넘게 된다.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일반예산 비중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와 경제진흥실ㆍ도시안전실ㆍ푸른도시국ㆍ주택정책실ㆍ한강사업본부 등 대부분의 부서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의 경우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1,000억원 넘게 축소됐다가 일부 조정을 거쳐 전년 대비 600억~700억원 축소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예산이 줄어들면서 각종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내년 3월 오픈될 예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경우 운영경비 등이 대폭 축소돼 준비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자치구들도 내년 신규사업은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서울시 부서나 자치구들도 예산범위 내에서 사업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로부터 조정교부금을 받아 쓰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내년 사업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자지구 사업 중에는 구비를 100% 들여 하는 사업보다 시비 지원을 받아 하는 사업이 상당수를 차지해 자체 예산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서는 도로정비 등 도시기반시설 확대나 지역도서관 신설, 복지시설 확충, 공원조성 등도 추진하기 힘들게 됐다. 자치구들이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지역축제도 축소 또는 폐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자치구들은 대부분 교부금(시비)을 받아 도로정비 등 도시기반시설 확충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시 예산이 깎이면 이런 것들을 전혀 할 수가 없다"며 "지역축제도 대부분 시비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