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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부지 개발이익금 활용을 두고 벌어진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내년 착공에 돌입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이 틀어질 경우 두 관청이 기업과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는 19일 서울시가 한전 부지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을 추진하면서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장한 데 대해 절차적 하자가 많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를 강남구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68만737명이 제출했는데도 시가 3,000건으로 축소해 공표했다는 지적이다. 또 시가 같은 내용으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2회 열고 회의에 계획도를 올릴 때 축척과 도면작성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법령을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소송단을 구성하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형사 고발할 것"이라며 "시가 이대로 지구단위계획구역 확장 결정 고시까지 감행한다면 소송 제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구단위계획구역 확장은 시의 고유 권한이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거친 만큼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한전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는 서울시 전체의 경제발전과 미래 먹거리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시는 나아가 향후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공기여를 해당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상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한전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 1조∼2조원을 기반시설이 양호한 강남구에만 집중 투입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이라는 큰 틀에서 기부채납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두 지자체가 대립하면서 정작 피해는 투자자인 현대차그룹이 받고 있다. 사전 협상 대상자가 아닌 강남구가 현대차그룹에 기부채납 자료를 요구하며 으름장을 놓는 등 두 관청을 상대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위치에 놓인 것이다.
더욱이 강남구 내에서 '현대차그룹 기부채납금 송파구 사용 반대 서명' 등이 진행되면서 개발이 지연되거나 그룹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이미 협상 대상자인 서울시에 사옥 개발 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에 강남구에 추가로 사업계획서를 낼 의무가 없고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사옥 개발이 지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내부적으로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대한 돈을 투자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려는 기업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첫 삽을 예정대로 뜰 수 있게 서울시와 강남구의 타협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