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식 시장경제」전환의지/강부총리 제시 「21개 국가과제」의미

◎정부기능 대폭 민간이양 주장/재벌그룹 기업별로 경영해야/“무한경쟁만 강조… 정치권 수용여부 의문”분석도강경식부총리가 제시한 「열린 시장경제로 가기 위한 21가지 국가과제」는 쉽게 말하면 경제제도의 틀과 경제마인드를 「한국적 자본주의」에서 「미국식 시장경제」로 바꿔보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의 소프트웨어를 바꾸고 정보인프라 구축, SOC(사회간접자본)확충 등 물적기반을 함께 조성해 세계경제전쟁에서 승리하자는 내용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사를 되짚어 보면 강부총리의 구상이 함축한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박정희전대통령이후 우리나라는 정부주도의 압축성장을 해왔다. 정부는 금융기관을 통해 한정된 자본을 재벌기업들에 집중적으로 나눠주며 수입억제, 수출장려 시책을 펼쳤다. 재정, 금융, 세제 모든 부문에서 국내기업은 정부의 도움을 받아왔고 국내시장은 소비자 희생을 통해 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 줬다. 독재자인 박전대통령의 권력유지를 위해 농민보호정책은 강력히 추진됐다. 이번 국가과제는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진행돼 온 「박정희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강경식식」이라고 이름붙일만 하다. 강부총리는 정부기능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주도 성장에서 민간주도 성장으로 나가야 함은 물론 교도소 우체국 등 전래의 정부기능도 민간에 이양할 것을 주장한다. 금융기관도 독자적인 경제논리로 경쟁을 통해 흥망성쇠를 겪어야 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민도 더이상 보호대상이 아니고 기업들도 외국상품도 정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성장의 큰 힘이던 재벌그룹도 지금처럼 행동하지 말고 기업별로 경영해야 한다. 노동시장유연성은 근로자들도 더이상 일자리를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복지도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원리에 의해 스스로 복지기업(보험사 등)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일본과 독일에 밀려 한때 위세가 떨어졌던 미국이 최근 시장중심의 개혁으로 최고의 성공을 누리고 있고 시장논리에 의한 경쟁보다 사회적 안정을 중시했던 유럽국가들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고실업률에 시달리는 세계경제 상황이 이같은 「시장지상주의」적 정책 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외교역에 경제의 명운이 걸린 소규모국가에서는 이같은 방향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에 가깝다.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기 위해서는 우리 시장도 개방해야 하고 개방된 상황에서 기존의 정책틀은 더이상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부총리의 구상이 과연 성사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부에서는 너무 일방적으로 나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회, 경제, 정치 모든 부문이 시장 중심으로 구성된 미국의 예를 빌어 사회문화적 배경이 현저히 다른 우리나라에 경제부문에 한해 일률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남북통일에 대비해 사회적 통합력을 키워야 하는 현상황에서 무한경쟁만 강조하는 내용을 과연 정치권이 받아들여 줄 지 의문이다. 급격한 경쟁사회의 도래와 경제위기 속에 박전대통령에 대한 향수마저 강해지는 상황이다. 어쨋든 강부총리의 이같은 구상은 폐쇄경제하에서 고도성장을 구가하다 한계에 봉착한 우리 경제가 환골탈태를 모색하는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최창환 기자> ◎국가과제 주요내용/사회보험제도 경쟁체제 도입/준도시지역 택지 상업·공업용지 대폭늘려/정책금융 재정흡수 등 재정지출 구조 개혁/화석연료 사용 줄여 에너지저소비 경제로 정부는 20일 청와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21세기 국제 경쟁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국가 정책과제 21개를 제시했다. 과제별 향후 추진계획을 살펴본다. ▲정부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정부기능중 정책과 운영부문을 명확히 구분, 운영부문에는 민영화및 공공부문의 외주 확대 등 민간경영방식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재정지출의 구조개혁=재정지출구조의 효율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또한 각종 기금의 통폐합과 재정집행 실적에 대한 효과적 평가, 정부회계제도의 투명성 제고, 정책금융의 재정화 등 예산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세제개혁과 세정의 합리화=재정수입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면서 세부담의 공평성과 과세 투명성을 위해 소득·소비·재산간의 균형있는 조세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방중심의 경제발전전략=지자체에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 주는 동시에 상호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여건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경제행정 역량을 보완하고 재원과 권한을 지방으로 상당부분 넘겨주는 전략의 차질없는 추진이 필요하다.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제도의 개선과 기능의 정비=실물경제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금융제도의 기능을 미래지향적으로 정상화하는 작업이 당면과제다. ▲금융산업의 자율적 경쟁체제 구축=금융기관 업무영역의 제한과 금융기관의 진입·퇴출이 자유롭지 못해 경쟁의 정도가 미약하며 은행의 책임경영체제도 확립되지 못했다. ▲물가구조 개편과 유통구조 개선=개방체제가 확대되고 물가안정을 통화신용정책의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제도의 변경이 추진중이므로 물가구조도 정상화돼야 한다. 유통시장을 효율화하고 재래유통구조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개발체계 확립=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을 더욱 내실화하고 가속화하는 한편 정부 각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력개발의 체계화·연계화 등 보다 효율적인 인력개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외개방의 진전에 대비한 농업구조 개선=농업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생산과 소득부문에 대한 지원은 축소하고 기술, 경영, 유통, 수출 등에 중점을 둔 농촌발전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벤처·중소기업 중심의 발전여건 조성=기술 및 인력 지원체계의 구축 등 벤처기업의 보다 쉬운 창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신기술·지식집약형 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후속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로의 전환 및 세계기후변화협약에의 대응=세계기후변화협약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 대비가 필요하다. 에너지 가격체계의 개편과 함께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정보화 인프라 구축 및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정보통신산업중 소프트웨어산업의 비중이 낮아 우리나라는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조기에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산업의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환경친화적 발전전략의 추진=제품생산과 유통, 소비, 재활용 및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전단계를 환경친화적으로 시스템화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체제의 효율화와 노령화시대 대비=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복지 서비스 등 사회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을 도모해야 하며 사회보험제도에 민간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 효율화를 꾀할 필요성이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정보화와 아웃소싱의 일반화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추가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규제완화 등을 통한 토지공급의 원활화=토지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의 구조조정노력 또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토지관련 각종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완화와 함께 토지관련 세제의 개선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물류 및 교통체계 개선= 물류의 효율화 및 도시교통난 해소를 위한 시스템적 접근,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비용 분담 등에 대한 종합검토가 필요하다. ▲동북아 물류중심기지화를 위한 전략 추진=우리나라 항만이 유통, 정보, 통신기능을 수행하는 종합 물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항만 투자와 항만 운영체계의 혁신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혁신 촉진=독창적 핵심·원천기술의 확보 및 우수 연구인력의 양성 등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및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기업집단 연결재무제표의 도입 등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시키고 법적 근거없이 재벌그룹의 경영권 행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회장실, 기획조정실 등의 조직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경쟁촉진적 시장구조로의 전환=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촉진적 시장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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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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