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11일] 사막의 꽃 그리고 과유불급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사태를 겪고 있는 두바이가 드디어 지난 4일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두바이'를 '부르즈 칼리파'로 개칭하고 공식 오픈했다. 인구 132만명으로 메뚜기 형상을 한 두바이하면 야자수 잎 모양의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주메이라'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칠성급 호텔인 '알아랍호텔'이 떠오른다. 그런데 부르즈 칼리파의 개장으로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을 능가하는 또 하나의 큰 조형물이 탄생했다. 기존의 최고 빌딩인 대만의 타이베이101빌딩(508m)보다 320m가 더 높은 828m인 부르즈 칼리파는 총공사비만 15억달러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막의 꽃을 형상화한 이 건물은 연면적만 50만㎡로 39층까지는 호텔, 108층까지는 아파트, 그 이상은 사무실로 쓴다고 한다. 중동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에마르가 발주한 이 빌딩은 삼성건설이 컨소시엄 주간사로 참여해 직접 공사한 것은 물론 공사총괄지휘를 맡아 완성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부르즈 칼리파의 개장에도 두바이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25일 두바이 정부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킬의 채무를 6개월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촉발된 두바이 모라토리엄 사태로 두바이는 긍정과 부정이 혼재된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제조업이 수반되지 않는 금융의 팽창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값비싼 교훈을 우리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얻은 바 있다. 지금은 섭씨 28도 내외지만 한참 더울 때는 섭씨 50도를 웃도는 열대의 사막에 위치한 두바이가 과연 제조업의 뒷받침이 없이 이러한 지정학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중동의 뉴욕'이라는 사막의 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나 우리나라의 63빌딩 등 그 나라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소유했던 곳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을 겪었다. 두바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소유하게 되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 모 시청 신축청사가 호화롭고 크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 필자 역시 상당히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높고 화려한 건물을 세우는 것은 그만큼 과시욕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지나친 성장욕구와 남에게 자랑하려는 행동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소설가 최인호씨의 원작 '상도(商道)'에서 술잔의 8할만 채우는 상인 임상옥의 계영배(戒盈杯)가 우리에게 준 불멸의 교훈은 '넘치는 것은 부족한 이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아닐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