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목화의 길' 따라 펼쳐진 세계사

목화의 역사<br>자크 앙크틸 지음, 가람기획


'목화의 길' 따라 펼쳐진 세계사 목화의 역사자크 앙크틸 지음, 가람기획 권홍우 편집위원 18세기까지 전세계 상인들의 주목을 받았던 나라가 있다. 인도다. 거대 수요를 갖고 있던 산업으로는 면직공업이 유일했던 시절, 너나 없이 인도의 면사 제조에서부터 면직, 염색 기술을 빼내려 머리를 싸맸다. 영국의 산업혁명도 인도산 면직물의 모방생산으로부터 시작됐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고급패션상품 역시 인도의 날염기술에서 탄생한 것이다. 근대의 생성과정이 면화의 성장과 닮은꼴이다. 목화나무 꽃이 시들고 맺어진 열매를 까면 섬유질의 식물성 솜털에 둘러싸인 씨앗들이 나온다. 인도가 시들고 유럽이 열매를 수취하면서 근대 산업문명도 활짝 피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면화의 역사는 유구하다. 실크로드 이전부터 '목화의 길'이 존재했다. 알렉산더의 동방원정을 통해 인도산 면직물이 전해진 이래 문화와 기술은 목화의 길을 따라 옮겨 다녔다. 면직물이 중국의 비단이나 중앙아시아의 양모를 제치고 수천년간 인류 의복의 66%가량을 제공한 점도 일찍이 목화의 길을 통한 왕래 덕분이다. '흰 황금의 대 서사시'라는 부제가 딸린 신간 번역서 '목화의 역사(원제 Les routes du cotonㆍ목화의 길)'는 면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 세계사다. 방직기술자 출신으로 유네스코 직물예술 담당관인 자크 앙크틸은 방대한 자료를 책에 담았다. 아프리카 원시부족의 축제에서 동방의 제조 비법, 영국의 면직물 혁명, 미국 흑인노예의 애사, 간디의 독립운동에 이르기까지 목화가 이끌어온 역사를 그렸다. 면직물의 주도권은 국가의 흥망과도 맥이 닿는다. 인도에서 영국으로 미국 일본을 거쳐온 면직물 최대생산국의 자리는 국가가 가진 부의 크기와 일치한다. 중국과 인도가 면화생산 세계 1위ㆍ3위(2위는 미국)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역사의 회귀를 예고하는 듯 하다. 저자는 면직물의 장래도 무한하다고 내다본다. 씨줄과 낱줄이 만나 직물이 되는 과정을 컴퓨터와 정보시대를 연 2진법과 비교하는 시각도 흥미롭다. 입력시간 : 2007/09/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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