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먹는다?
미국의 신경문화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이 같은 말에 반기를 든다.'음식을 먹는다'는 건 단순한 생존 본능을 넘어서, 고도로 발달된 두뇌 활동의 하나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바삭바삭한 음식에 유독 구미가 당기는 것도'뇌 활동'에서 이유를 찾는다. 예부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바삭한 음식은 곤충이었다. 곤충이 바삭바삭한 원인은 키틴(chitin)이라 불리는 다당류로 구성된 외골격 때문. 많은 지역에서는 외골격이 있는 성충을 먹으며 바삭한 식감을 즐기곤 했다. 이처럼 곤충을 먹던 시절부터 인간에게는 바삭한 음식에 대한 본능이 자연스레 생겼고, 특히 불을 이용한 조리가 가능해지면서 바삭한 맛을 좋아하는'생득(生得)적 선호'가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바삭바삭(crispyㆍ크리스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괜스레 군침이 도는 것도 뇌 과학적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바삭바삭'이라는 단어만 말하고 들어도 바삭바삭한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은 느낌이 난다. 저자는"이러한 느낌이 날 때 입과 혀의 운동을 관장하는 일차운동피질이 활성화 되고, 더욱이 바삭한 음식을 먹어본 이들은 이 단어를 듣거나 말할 때 바삭바삭한 음식을 먹는 동작을 동시에 상상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왜 사람들이 바삭한 음식을 좋아하는가'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여정은 문화사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인류가 바삭하게 튀긴 음식에 열광하는 것은 견고한 문화적 장벽을 넘어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화적 배타성이 강한 일본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음식을 받아들여 덴푸라를, 독일의 슈니츨을 받아들여 돈가스를 고안한 것은'문화적 유입'이라는 수동적 측면보다 전 인류가 생득적으로 바삭한 음식에 대한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처럼 뇌 과학, 문화인류학 등을 토대로 음식 섭취와 소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인간의 식이행동에 대해 갖가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바삭한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비롯해 인간이 왜 잡식성 동물이 됐는지, 요리는 주로 여자의 업무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세계적인 셰프는 대부분 남자인지 설명한다. 프랑스의 젊은이는 대낮에도 코스 요리를 시킬 정도로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강한 반면 왜 미국의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KFC 치킨으로 식사를 때우는 일이 잦은지 등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해석해 나간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닌'먹을 것'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며 탐구할 수 있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