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무역거래 방식이 인터넷 무역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무역의 시간적, 공간적 제한이 사라지고 있다.전세계 정보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사이버 무역」의 확산은 단순히 전통적인 상품 교역의 패턴을 변화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최종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상품의 콘텐츠에 문화적인 요소가 더 많이 포함되는 생산, 유통, 소비구조를 만들고 있다.
문화와 디자인이 결합된 아이디어가 경쟁력의 주요한 요소를 형성하게 되면서 제조업체에 의한 무역수지는 점차 의미가 없어지고 서비스 교역에 의한 무역수지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아울러 세계무역도 산업간 비교우위에 의한 수직적 분업으로부터 산업내 경쟁 우위에 의한 수평적 분업으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어 우리 수출산업의 구조도 중저위 기술이 아닌 첨단 고급 기술이 내재된 부품과 소재산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국 무역협회가 21세기 우리 무역의 화두도 내놓은 「신무역 전략」도 우리무역의 패러다임을 이같은 세계적인 변화에 맞추어가자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저임의 노동력을 이용한 상품 수출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경쟁우위적인 요소를 새로운 세기 무역의 원천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상품무역 뿐 아니라 물류, 관광, 비즈니스 지원 등 서비스까지를 무역의 원천으로 삼아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품을 제조하고 수출하는 단순한 무역에서 벗어나 산업과 무역 그리고 투자가 함께 연계되는 새로운 개념으로 무역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수출구조는 지난 60~70년대 섬유, 합판, 신발 등 경공업제품이 주도했으며 80년대에는 선박, 철강, 석유화학 등 중화학제품이, 90년대 들어서는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통신기기 등의 수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경공업에서 중화학제품으로 완제품에서 부품과 소재로, 단순가공·조립품에서 하이테크 제품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주종 수출품이 바뀌었으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도 이에따라 재편됐다.
특히 전자산업은 가전제품에서 산업용 기기 및 통신기기로, 완성품에서 전자부품으로 고도화되면서 우리나라 제1의 수출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우리의 수출구조에도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들어 10월까지 반도체, 휴대폰, TFT-LCD(초박막액정화면표시장치), PC 등 4대 품목의 수출이 총 수출 증가액 64억달러중 60억달러를 차지했다. 수출 증가율도 38.4%에 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금속광, 철강 등 전통적인 품목의 수출비중이 낮아지면서 컴퓨터 무선기기의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을 비롯한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10대 수출 품목으로 들어선데 이어 올해는 6위의 수출품목으로 올라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으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끊임없는 수출 상품 구조의 변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구조는 산업의 질적 성숙이 미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의 구조조정에만 의존하는 수출 전략은 표준화된 상품에 국한된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나라에 집중되는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표준화된 상품의 소나기식 수출은 국제무역환경의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후발개도국의 좋은 추격 목표가 되기 쉽다. 우리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샌드위치」상태에 놓이게 된 것도 이같은 원인때문이다.
결국 우리 산업이 질적 경쟁력을 통해서 선진무역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면 중간자적 위치마저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량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전환되는 국제 분업체제에서 낙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지적이다.
21세기 무역패턴은 기업활동의 세계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기업내·산업내 무역의 증대와 서비스 교역의 확대, 지식교역의 확대 그리고 사이버 무역의 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무역의 패러다임도 이같은 세계무역패턴에 따라 재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분업구조가 심화되고 기업내·산업내 무역이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자기완결형 산업구조가 아닌 기술, 부품, 소재를 범세계적으로 조달하는 네트워크형 사업구조로의 방향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첨단 고급기술이 내재된 부품과 소재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기지의 발판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국내의 입지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외국의 유수 기업들을 유치해 이들의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흡수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는 입지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무역협회가 내놓은 「신무역 구상」은 정부와 민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해 우리나라의 입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을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와 국제 비즈니스 및 금융 중심지로 개발해 무역활동을 입체적으로 펼쳐 나가자는 구상이다.
20세기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무역 입국」의 모토가 새천년에도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무역구상」의 실천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이훈기자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