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피살된 뒤 간첩 누명을 썼던 수지 김(본명 김옥분ㆍ당시 35세)의 넋을 달래기 위한 천도재가 26일 오전 수지 김의 고향인 충북 충주시 직동 창용사에서 유족과 신도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특히 이날 천도재에는 수지 김을 간첩으로 조작한 안기부(국가정보원의 전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뜻에서 박정삼 국정원 2차장이 고영구 국정원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박 차장은 최근 국정원이 수지 김 사건 조작에 대해 공식 유감을 표명한 뒤 유족들을 한 차례 방문, 사과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고 원장도 유족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장은 이날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유가족이 겪은 피맺힌 고통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에 대해 사건 진상 규명에 앞장섰던 동생 옥임(42)씨는 “고통의 세월이 짧지 않았지만 국가 기관이 잘못을 인정한 만큼 이제 아픔을 씻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다”며 “구천을 헤매고 있을 언니의 넋도 이제는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최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42억원의 위자료 지급판결을 받았다.
<충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