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약제비 개혁안' 강행 VS 반발

보건복지부가 `약제비 개혁안'에 대해 26일부터 입법예고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한.미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의 이번 조치는 약제비 개혁을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했음을 뜻한다. 두달간의 입법예고 기간과 법제처 및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등의 일정을 감안할 경우 이르면 11월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국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당장 9월4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은 입법 절차는 물론 입법 시기까지 협상 아젠다로 설정, FTA 틀내에서 다루자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입법예고 강행과 미국의 반발이 빚어내는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한미 FTA 타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 복지부 왜 강행했나 = 이번 약제비 개혁안은 국내 정책으로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못박고 있다. 이를테면 `정책 주권론'인 셈이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도 이 같은 점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이한미 FTA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는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FTA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유 장관의 발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복지부는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번 개혁안에서 미국의 `압박 전술'에 밀리면 복지부의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막대한 후유증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인식도 깔려 있다. 정책 통제권에도 상당부분 누수가 불가피하다. 대신 복지부는 미국측이 이번 입법예고 기간 개정안 내용에 대해 요구조건을 내걸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융통성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양면 전략의 배경에는 미국 뿐 아니라 국내의 반발 기류도 감안됐다는후문이다. 실제 복지부의 강경한 입장에 정부 경제부처들도 일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다국적 제약사 등의 이의 신청을 전담할 독립적 기구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4일 입법예고를 하려다 26일로 연기한 것도 미국측을 염두에 둔 조치이다. "개정안 내용 중에 미국에 차별적인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실무적으로 다시 검토한 뒤 입법 예고를 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복지부 공식설명이다. 그만큼 미국을 의식한 행보는 조심스럽다. 개혁 이행을 위한 조치는 해 나가되 미국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 향후 협상 어떻게 될까 = 오는 9월4일부터 미국에서 시작될 한미 FTA 3차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입법예고 기간에 미국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복지부 제안에 아직 명확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공식 입장을 최대한 늦춰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先)압박'의 유효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통해자국의 입지를 강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쪽으로 나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다만 미국이 이 사안을 이유로 FTA 협상 전반을 무력화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협상 카드를 들고 나설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이 경우 미국 다국적 제약사의 수익 보장과 혹 야기될 지 모를 불평등 조치에 대한 사전 봉쇄가 주요 내용이 될 것이다. 일단 미국은 자국 소속 제약사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지, 수용할 경우 어떤 요구 조건을 내걸지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해봐야하기 때문이다. 그 결론에 따라 미국의 대응 방향과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 개혁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 과제인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의약품이 건강보험 적용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과거의 무차별 등재 방식에서 탈피, 의약품 제조업자.수입업자가 신청하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설치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과 급여의 적정성, 급여기준 등에 대한 평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토록 했다. 그 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제조업자.수입업자는 30일 이내에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보험 등재가 결정되면혁신적 신약 및 일반 신약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복제약은 약제 상한 금액의 산정 기준에 의해 자동적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하지 않은 의약품 가운데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한것으로 판단되면 복지부 내에 설치하게 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심의.조정후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의약품 2만2천여개는 모두 이 같은 방식에의해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등재된 것으로 간주되나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보험적용을 계속해 줄지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약가 재조정은 협상 당시의 예상 사용량을 초과해 사용되거나 의약품의 사용범위가 확대된 경우, 환자 진료에 필요하나 채산성이 없어 생산.수입 원가의 보전이필요한 등의 경우 이뤄진다. 또 3년마다 약가 상한 금액의 재평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약가기 재조정 되는 장치도 마련해 뒀다. 이 같은 선별등재 방식은 미국을 포함해 프랑스, 스위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국가중 24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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