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업장의 단체협약 조사에 대해 노동부는 단협을 조사해 위법 사항이 적발될 경우 시정조치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23일 노동부가 발표한 공무원 단협 개선 조치에 이어 이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분쟁이 생길 경우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노동부가 노사 자율로 체결하는 단협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주요 민간 대기업 단협부터 조사”=노동부의 단협 조사 대상은 주요 민간 대기업이다. 노동부는 모든 기업의 단협을 조사하는 것은 무리며 일단 올해 주요 대기업 단협을 조사해 위법 사항에 대해 시정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공개채용 대신 별도의 채용 규정을 명시하거나 사용자 쪽에 속한 사람을 노조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도록 한 경우, 의결 정족수를 3분의2에서 2분의1로 완화한 경우 등은 명백한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단협에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정부는 당연히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계 일부에서는 이를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앞두고 민간 노조 활동을 옥죄기 위한 것 아니냐며 경계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노사관계는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게 원칙인데 이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은 제3자 개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공무원 단협의 위법성을 발표한 것도 민간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사전 포석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 단협 시정조치는 불합리한 노사관행 개선 일환=이날 공무원 단협의 위법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노동부는 위법사항이 나왔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1월 공무원 노조법이 시행된 뒤 단체교섭이 본격 진행되면서 기관장들의 정치적 고려가 노조의 이기주의와 맞물려 불합리한 노사관행이 형성됐는데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고질병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112개 공무원 단협의 1만4,915개 조항 가운데 22.4%가 교섭이 위법하거나 사회 합의의 도를 넘는 불합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대표적 불법 조항으로 유급 노조 전임자 인정, 사용자의 노조 활동 경비지원, 근무시간 중 단체복(조끼) 착용, 해고자 등 노조 가입이 금지된 이의 노조가입 허용 등을 꼽았다.
또 승진심사위원회에 노조 추천위원을 배정하거나 법령ㆍ조례ㆍ규칙의 제ㆍ개정 때 노조와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등 비교섭 대상도 17.1%(2,554개)에 달했다.
노동부는 이번 분석 결과 나타난 위법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시정을 명령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해 처벌 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의 노조 전임활동은 공무원노조가 법외단체로 운영될 때부터 관례적으로 이뤄져왔던 것으로 노사 자율로 협의할 사항”이라며 “이를 징계하겠다는 것은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