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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

주민 반발·정치권 무관심… 예산당국 지원도 소극적<br>사실상 고립무원 상태로<br>총괄부처 인력 턱없이 부족… 담당과장 과로로 쓰러지기도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주거복지정책인 행복주택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집값하락과 슬럼화를 우려한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다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불요불급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예산당국의 지원도 소극적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관심도 덜한데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내에서도 관련부서에 힘이 실리지 않아 사업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22일 행복주택 시범지구 후보지 7곳 중 서울 오류동과 가좌 2개 지구를 행복주택지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오류동ㆍ가좌지구는 주민공람, 관계기관 협의와 이날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시범지구 7곳 모두 지구지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집값하락과 슬럼화를 우려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강한 반발로 사업추진이 차질을 빚자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2곳부터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행복주택 사업이 지역 주택시장과 생활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데도 국토부가 보안을 중시한 나머지 지구지정 전에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벌이지 않음에 따라 주민 반발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단순히 지구지정이 차질을 빚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공급했던 보금자리주택과 현정부의 행복주택을 둘러싼 분위기가 판이하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예산 증액을 위해 불요불급한 SOC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예산투입에 소극적인데다 담당부처인 국토부 내부에서도 행복주택 추진을 위한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애초 행복주택의 도입취지가 극심해지고 있는 전월세 문제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음에도 정치권과 해당 지자체에서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보궐선거와 내년의 지방선거를 의식해 일제히 행복주택 건설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철도유휴부지에 짓는 임대주택이라는 획기적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던 새 정부의 대표적 국정과제인 행복주택이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것이다.

국토부와 기재부에 따르면 두 부처는 지난주 말에야 행복주택 건설비용에 대한 최종 합의점을 찾았다. 기존 국민임대주택을 짓는 비율과 동일하게 전체 건설비용에서 30%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 국민임대주택은 정부 재정 30%와 국민주택기금 융자 40%, 세입자 보증금 2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금 10%로 건설된다. 당초 기재부는 행복주택이 기존 임대주택과는 개념이 다르다며 25%의 재정투입을 주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건설비는 659만원으로 책정돼 평균 44.8㎡인 행복주택 평형을 감안할 경우 한 가구당 8,900만원의 건설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국민임대주택 1가구를 짓는 비용인 1억1,400만원보다 2,500만원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 대비 3분의2 수준에 책정될 예정이다.


재원은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총괄부처인 국토부 내부 인원조차 5년간 행복주택 현안을 담당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추진 당시에는 5개과가 합쳐진 별도의 추진단이 꾸려졌지만 현재는 별도 조직 없이 2개과, 20명 남짓한 인원이 행복주택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산하기관인 LH만 해도 행복주택을 위해 별도의 전담부서(행복주택사업처)를 만들어 50명에 달하는 인원이 움직이고 있지만 국토부는 인력이 부족해 담당과장이 병원에 실려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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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자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무관심은 행복주택사업을 험로로 이끌고 있다. 현재 시범지구 가운데 가장 극심한 반발을 하고 있는 곳은 목동지구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일제히 반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길정우 새누리당(양천갑) 의원과 김기준 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이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만나 "유수지 위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주변 지역의 과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목동지역의 지구지정 해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행복주택 지정 철회를 주장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전국 단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김양중 행복주택폐기전국연합 대표는 "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졸속으로 추진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며 "행복주택에 반대하는 다른 시범지구와 연대하는 것은 물론 사업추진이 철회될 때까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추진의 큰 산이던 재정투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정부가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행복주택이 순항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범정부적인 협력을 통해 행복주택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만들고 각 지자체와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공공주택 추진시 정부가 주로 받았던 민원은 택지 보상가를 올려달라는 것이었지만 행복주택은 아예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주민 설득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동시에 건설형 임대주택에 집착하지 말고 주변에 적체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매입해 행복주택 브랜드를 내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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