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용의 눈물…/정경부 김준수 차장대우(기자의 눈)

『김영삼대통령 반대로만 하라.』김대중대통령 당선자에게 많은 조언과 충고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 한마디만큼 분명한 메시지도 없다. 김대통령은 줄곧 인기에 연연했고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했다. 인사가 만사라던 그는 인사를 즐기다 결국 망사가 되게 했고 어설픈 토사구팽으로 화합을 그르쳤다. 금융실명제 단행, 하나회 숙정, 구조선총독부건물 철거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쾌도란마 식으로 처리한 김대통령은 집권초반 인기가 90%에 가까운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한때의 인기상승에 도취한 그는 주변에서 부작용을 얘기하면 개혁거부 세력으로 몰아붙였고 참모들의 간언에 대해서는 「씰데없는 소리」로 치부했다. 김대통령은 항상 독불장군이었다. 칼국수로 끼니를 때우며 홀로 일엽편주를 탔지만 자식과 수하를 단속하지 못해 정경유착이라는 오염의 바다를 끝내 건너지 못했다. 그는 결국 나라 경제를 거덜내고 말았다. DJ의 주변여건을 보면 YS의 전철을 밟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있다. 여건면에서 보면 YS에 비해 결코 못하지 않다는 평가다. 43년 야당생활을 같이한 동지들이 무수히 많고 당선을 결정적으로 도와준 자민련도 살펴야 한다. 그의 카리스마는 YS에 비할 바가 아니며 그의 아들이 갖고 있는 정치참여 의지도 YS의 아들보다 오히려 강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DJ는 결코 YS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YS 반대로 하라』에 덧붙여 『이방원대로 하라』는 주문을 보태고 싶다. 조선왕조가 5백년간 지속된 것은 『나는 어차피 성군소리 듣기는 틀렸다』며 인기에 연연치 않고 개혁정책을 밀어붙인 태종 이방원의 덕분이었다. 그는 과감한 토사구팽과 인재등용, 친인척 배격 등을 통해 찬란한 세종시대를 열게 했다. 이방원의 결단과 한때의 비정함은 결국 후대의 번영을 뿌리내리게 한 밑거름이 됐다는 게 역사의 평가다. 김대통령당선자는 이제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YS는 집권초반 너무 웃다가 말년에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DJ는 지금 눈물을 흘려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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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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