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이솝을 위한 이솝우화」(자작나무·전2권)는 스페인 엘 에스코리알 도서관에 보관된 1489년판을 완역한 것으로 이솝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준다.총 9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이솝의 생애와 이솝우화, 알폰소와 포기오의 이야기 모음, 이솝의 기괴한 이야기들, 레미시오 우화, 아비아노 우화 등을 엮었다.
이솝은 기원전 5세기 후반 그리스에서 상당히 익숙한 이름이었고 우화작가로 널리 인구에 회자됐다고 한다. 그는 기원전 6세기 초반에 태어나 기원전 564년에 죽은걸로 추정되지만 이솝이 사모스 시민의 노예라는 설과 실재 인물이 아닌 가공의 인물이라는 설 등이 지금도 분분한 상태이다.
그의 생애를 소설적 구성으로 재현한 이 책에서 이솝은 일반인의 상상과 달리 흑인 노예신분에 말더듬이이자 곱추로 나온다. 그는 이 작품에서 사모스인들을 전쟁위기로부터 구해냄으로써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훗날 바빌로니아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라 만인의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이솝은 아폴론의 신탁을 받은 델포스인들에 의해 절벽에서 떨어져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이솝을 우한 이솝우화」에 인용된 우화들 역시 경직되고 획일적인 이분법에의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바르게 정렬된 사회의 모습보다 혼탁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 인간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존 우화집과 달리 무조건적인 권선징악 보다 어리석은 자는 도태되고 현명한 자는 살아남는다는 철저한 경쟁사회, 자업자득의 세계를 보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