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궁지 몰린 카다피 처절한 몸부림

트리폴리 시민에 돈 살포… 무이자 대출금 펑펑 퍼줘<br>반정부세력, 위성도시 자위야 장악등 포위망 좁혀와<br>카다피 일가 48억弗 규모 재산 빼돌린 정황 포착도

리비아 내 반정부 세력의 입지가 날로 확대되면서 수도 트리폴리의 위성도시인 자위야를 비롯해 서부지역의 여러 도시들에서 카다피 세력이 자취를 감췄다. 트리폴리를 향한 반정부 세력의 포위망이 점차 좁혀지는 가운데 궁지에 몰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는 트리폴리 시민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무이자 대출금을 퍼주는 등 처절한 '환심사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APㆍAFP 통신 등 해외 언론은 리비아의 반정부 세력이 27일(현지시간) 트리폴리에서 50㎞ 떨어진 자위야를 장악하는 등 카다피 정부의 지배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트리폴리에서 서부로 약 240㎞ 떨어진 날루트를 비롯해 리바트, 카보우, 자도, 로그반,젠탄 등 서부지역의 도시들에서도 최근 며칠 사이 카다피 지지세력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 세력이 떠난 도시들에는 자치위원회가 들어섰으며 이들은 벵가지에 위치한 과도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고 자치위 관계자는 전했다. 일찌감치 시위세력이 장악한 동부지역에는 반정부 방송이 등장, 카다피 통치 이후 42년 만에 언론의 자유를 누리기 시작했다. 벵가지 국영 라디오 방송국은 이름을 '자유 리비아의 목소리(Voice of Free Libya)'로 바꿔 자유의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으며, 토브룩에도 반정부 방송국이 개국해 시위현황 뉴스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8일 2,000명에 달하는 카다피의 친위부대가 자위야를 포위하는 등 트리폴리 인근 지역에서는 카다피의 대대적인 반격이 예상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가다피가 예고한 대로 내전 또는 내전을 방불케 하는 극심한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외부에서도 반정부 세력 및 과도정부에 대한 지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아랍권 민영방송인 알-아라비아는 세계적인 수니파 이슬람교 사원 알-아즈하르의 최고 종교지도자 모하메드 엘-타예브가 리비아 국사 및 관리들에게 "카다피의 명령에 복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 정부도 과도정부측과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해외의 지지를 얻는 반정부 세력이 나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수도 트리폴리에 갇히게 된 카다피 정권은 다급해진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주말부터는 트리폴리에 남은 주민들의 충성심을 사기 위해 돈을 뿌리기 시작했으며, 카다피의 언론 노출도 잦아졌다. AP통신은 카다피 정부가 한 가족당 500 리비아디나르(400달러 상당)와 100달러 상당의 전화 사용권을 지급하고, 주택구입 용도로 약 4만9,000달러의 대출금을 무이자로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약속이 국영방송을 통해 알려진 뒤 트리폴리 시내에서 문을 연 일부 은행들 앞에는 돈을 지급받으려는 시민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이 끄떡없이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카다피의 언론 노출도 잦다. 이날 카다피는 세르비아의 방송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리비아는 완전히 평온하고 이상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며 "테러분자인 알-카에다에 의해 국민이 살해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리비아 국민들은 전적으로 나를 따르고 있다"면서 "반대 세력은 소규모에 불과하며 그들은 소탕될 것"이라며 리비아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반정부 세력을 애써 폄하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궁지에 몰린 카다피 일가가 지난 주 비밀리에 30억파운드(48억달러 상당)를 영국의 개인 자산운용가에게 입금시키는 등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아랍뉴스에 따르면 리비아 반정부 세력은 카다피와 그의 일가가 폭력사태를 멈추고 권좌에서 내려올 경우 유럽으로 망명하도록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측 대변인은 런던에서 아랍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카다피 축출의 일환으로 유럽의 국가가 카다피와 그 일가에 망명처를 제공해줄 것을 촉구했으며 "카다피가 출국을 원한다면 수십억 달러의 재산도 갖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랍방송은 보도했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