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허브 동등경쟁·적극개방 패러다임 전환

명확한 추진 목표 설정…차별화 전략 채권·구조조정·파생상품 선도 금융시장 육성

정부가 제시한 금융허브 추진 방향은 점진적 개방과 경쟁이 주류였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동등한 경쟁과 적극적인 개방으로 바꿔 우리나라를 실질적인 국제 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충격을 감안한 느린 개방과 제한적인 경쟁으로는국제적인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없어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국제적인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동등경쟁.적극개방..패러다임의 전환 정부가 마련한 추진 방향은 국내 금융시장이라는 한정된 시장을 대상으로 국내. 외국 금융기관의 점진적 경쟁을 유도하고 금융업종간 균형발전을 위해 소극적으로금융시장을 개방한다는 종전의 금융산업 발전 방안에서 완전 탈피했다. 정부는 종전까지 금융산업의 경쟁 정책 측면에서 국내 산업과 금융기관 보호를염두에 두고 있었고 발전 전략에서도 경쟁력과 발전 가능성에 근거하기 보다는 업종간 균형에 비중을 뒀다. 하지만 이런 수동적인 정책으로는 금융허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시장 개방으로 우리나라를 동북아지역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금융시장으로 키우고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외국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 국내금융기관과 이전보다 심화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결론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많은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규제완화, 금융규제체계의 전면적 개편 등 금융 제도적인 측면과 함께 국제공항의 도심 접근성, 출입국 관리 등 생활 환경적인 면까지 개선하기로 했다. ◆수치화 통한 명확한 추진목표 설정 정부는 또 구호 수준의 추진 목표로는 명실상부한 금융허브를 달성할 수 없다고보고, 계량화된 명확한 추진 목표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시장의 선진화(부문별 시장규모 및 거래규모) ▲금융거래의 국제화(국내.외 금융시장간 거래)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출(국내.외 금융기관의상호진출) 등 세부 달성 목표를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할 방침이다. 이런 수치를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이미 국제적인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한 도시들과 비교해 금융허브의 달성 정도를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성과위주 차별화 전략 정부는 또 우리나라를 대부분의 금융업종에 대한 동북아 허브 뿐 아니라 아일랜드의 더블린이나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처럼 특정 업종이 발전된 허브로도 육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선도금융시장과 금융업종을 차별화해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거나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금융분야는 채권시장, 구조조정시장, 파생상품시장 등이 있고 금융업종으로는 자산운용업, 투자은행(IB),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어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처리 등의 분야가 발전돼 있고 일본과 중국 등이 상당한 부실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 국가들로의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일부 금융기관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부실채권 처리 기법 등을 전수해주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 구조조정시장 등 선도 금융분야의 발전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발전을 유도하는 후방효과가 발생하고 국제적인 금융기관들의 국내 진출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금융전문육성.생활환경 개선 필요 하지만 국제적인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방과 규제완화라는 제도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금융전문 인력, 생활 인프라 등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하지만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전문인력 순위는 홍콩(11위)과 싱가포르(15위)보다 훨씬 뒤진 45위에 불과하다. 국내 주요 은행장들도 "외국 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인재가 많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외국계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갖고 있는 비자의 80% 이상은 체류기간이 1∼2년으로 제한돼 비자의 빈번한 갱신이 요구되고 외국인 체류 관리 절차도 복잡하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금융전문대학 설립을 지원하고 입국사증과 출입국 관리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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