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리포트] 美경기하강 전망속 월스리트 영향 켜져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월스트리트는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에 있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 일컬어지는 월스트리트는 이제 보통명사로 쓰일 정도다.
메인스트리트는 미국 웬만한 마을이면 찾아볼 수 있는 지명이다. 우리로 말하면 중앙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에서 메인스트리트라고 하면 실물경제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실업률 하락이 메인스트리트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월스트리트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식이다. 얼마 전까지 미국경제에서 실업률이 하락하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증시에는 악재였다.
이론적으로는 월스트리트는 메인스트리트의 거울이어야 한다. 증권시장은 실물경제의 성적을 앞서서 반영하는 곳으로 실물경제의 척도라는게 기존 경제학 이론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미국 경제는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의 관계를 다르게 만들었다.
월스트리트가 메인스트리트의 단순한 반영물이 아니라, 메인스트리트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장한 '자산(wealth) 효과'는 바로 이같은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이익을 실현시켰는지와 관계없이 주가 상승이 불러온 심리적 풍요감이 소비를
촉진시키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는게 자산효과다. 자산효과로 인한 경제호황이 다시 주가를 끌어올려 자산효과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경기과열이 빚어지자 그린스펀 의장은 증시가 '비합리적 과열상태'에 놓여있다고 경계했던 것이다.
경기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월스트리트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역자산효과'가 메인스트리트를 경기침체로 밀어넣는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경기둔화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주가는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다. 주가 상승시에 누렸던 풍요감은 심리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하락국면에서의 손해는
곧바로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역자산효과'의 영향은 자산효과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눈덩이가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에서 쉽게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드랜딩)할 것이라는 주장의 주된 근거중 하나로 주가하락이 꼽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 3일 전격적인 대폭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도 월스트리트의 급격한 주가하락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물경제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게 근본 원인이지만 3주일 후에 열릴 정례회의를 기다리지 못하고 긴급 전화회의를 소집해야 했던 것은 월스트리트의 심리를 바꿔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월스트리트가 메인스트리트의 반영을 넘어서서 자체적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 어찌 보면 메인스트리트보다 월스트리트의 상황이 금리정책에서 더욱 중요한 변수로 대두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면 으레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 월스트리트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산효과'를 경계하던 그린스펀 의장이 이제 '역자산효과'의 덫에 걸려있는 셈이다.
메인스트리트가 월스트리트를 끌고 나가던 상황에서 이제 메인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함께 움직이는 쌍두마차로 거리가 좁혀졌다.
메인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의 상호 작용, 증시의 심리적 변수와 실물경제의 물리적 활동을 함께 감안해 통화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FRB 등이 2001년 미국 경제의 분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뉴욕=이세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