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위기때 늘려준 中企대출 알토란 돼 돌아와

1분기 사상 최대 순익 기업銀<br>연체율은 업계서 가장 낮아… 수익·건전성 두 토끼<br>우산 주고 비올때 뺏는 은행 관행에 신선한 메시지


대부분의 은행들은 시장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누가 먼저 '구멍 속으로 숨느냐'는 겁쟁이 게임에 주력한다. 안개가 걷혀 시야가 확보돼야만 수확을 하든, 사냥에 나서든 했다. 그러다 보니 맑은 날에는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는다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기업은행은 이 같은 본능을 거슬러 위기에 용감하게 맞서는 용사의 게임을 펼쳤고 그 결과 겁쟁이들이 구멍에서 나오기 전에 알토란 같은 과실을 맘껏 챙길 수 있었다. 27일 기업은행(자산 188조원)은 순익규모 5,672억원이라는 1ㆍ4분기 실적을 밝혔다. 이번 실적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이 경영실적은 시중은행인 하나은행은 물론이고 자산규모가 1.5배에 달하는 우리은행(자산 257조원, 1ㆍ4분기 순익 5,075억원)도 제쳤다. 내용도 충실하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90조8,322억원이지만 연체율은 은행권 최고 수준인 0.84%에 불과하다. 국민 64조147억원(연체율 1.4%), 우리 60조310억원(1.6%), 신한 52조1,660억원(0.86%), 하나 29조8,780억원(1.28%) 등과 비교할 때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웬만해서는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보다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구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극도로 꺼렸지만 생존능력과 성장성을 믿고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많이 늘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2007년 말 65조7,073억원이던 중기대출 잔액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 말에는 88조9,863억원으로 23조2,790억원이나 늘어났다.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9년에는 무려 10조4,065억원을 기업들에 제공했다. 반면 이 기간 우리(기업대출 증가폭 3조2,320억원), 국민(2조1,841억원), 하나(9,307억원) 등은 눈치보기에 열중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겨우 4,1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히려 2010년에는 4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을 정도로 몸을 사렸다. 당시 금융당국은 중소기업들의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권에 대출회수를 자제하고 자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독려했지만 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가는 기업은행의 행보에 대해 '부실 폭탄을 떠안는 방식'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올 들어 은행들은 경기가 풀리자 '과당경쟁'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출증대에 목을 매고 있지만 우량 중소기업들의 상당수는 이미 기업은행의 충성고객으로 변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실적을 보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은 반성해야 한다"며 "위기라고 중기대출을 줄일 게 아니라 이를 잘 관리해 기업도 살리고 은행도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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