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최근 채택한 자동차보험 21세기 전략이다.자기 회사의 고객이 아니더라도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봉사정신 뒤에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 사실.
경쟁사 고객에게도 무차별 서비스 공세를 퍼부어 감동시킨 뒤 다음 계약에서는 빼앗아오겠다는 장기 포석이 놓여져 있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자동차 이동보상 서비스팀을 가동하고 있는데, 외딴 곳에서 차량 고장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설령 경쟁사 사장이라도 일단 돕고 본다』는게 이들의 철칙.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부 보험사는 경찰서와 병원에 직원들을 수시로 돌게 하며 상담을 벌이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가해자」가 겪는 마음의 고통을 나누며 말벗이 되어주고 사고처리 상담을 해준다. 여기서도 자기 회사 보험 가입자든, 경쟁사 고객이든 상관이 없다.
책임보험만 가입했다가 경미한 사고를 낸 崔모씨(37·회사원)는 병원에서 만난 보험사 직원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병원 진단에서는 별다른 외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피해자 가족들이 따지고 드는 바람에 특실에 입원시키고 수십만원짜리 정밀진단까지 시켜주는 등 덜미를 잡혔던 신세.
『경찰이나 병원에서 가해자라고 무조건 불친절하게 대하고, 덮어씌우고, 죄인 취급을 하고, 피해자 가족들은 큰 건을 잡은 것처럼 행세하는 우리 현실이 너무도 슬펐습니다. 이런 와중에 귀 보험사는 캄캄한 밤을 밝혀주는 등불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같은 「무차별 서비스 전략」이 업계 전체로 확산됨에 따라 과거의 「고객 나눠먹기식 시장 분할」은 이제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부동(浮動)고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더욱 적극적인 서비스에 나서느냐가 21세기 업계 판도변화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복기자 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