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되찾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10일 세계 금융시장은 전날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또 북한 핵실험 강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도 ‘패닉’에서 벗어나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돌발 악재가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있고 주변국가의 대응조치 및 UN 등의 대북제재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감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 등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루 만에 투자심리 급속 회복=주식시장은 개장 초반부터 상승세로 출발하면서 전날의 악몽을 떨쳐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개인은 전날 6,000억여원에 이어 이날도 1,270억여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불안감이 상존해 있음을 반영했다. 이와는 달리 외국인은 3일째 순매수를 이어가며 개인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고 기관도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외국인은 특히 전날 4,700억여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데 이어 이날도 90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5,411계약을 사들이면서 프로그램 순매수를 야기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식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급속안정에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증시의 강세가 일조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정학적 위치상 북한 핵실험에 따른 리스크가 가장 큰 일본 증시마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 역시 전날의 상승폭만큼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진정기미가 완연했다. 한 외환딜러는 “전날 상승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형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반발성 달러 매도세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불안감 여전히 상존, 당분간 증시 변동성 커질 듯=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어떤 형태의 제재든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고 대우ㆍ교보증권도 조정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반면 메릴린치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우려감은 이미 증시에 반영됐다고 평가했고 현대증권은 “추가 조정은 매수기회”라고 분석했다. 또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사장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발표는 자포자기의 표시”라면서 “한국 주식 가격이 싼 만큼 한국 시장에서 달아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매도 일색이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최근 사흘 연속 순매수에 나서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북핵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최근 외국인투자가의 포트폴리오 조정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자금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은 과거 심각한 장외 악재가 돌출한 후 단기적인 주가 충격은 평균 10% 내외선까지 확대됐던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번에도 증시는 단기적으로 1,25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달러화 매력부각으로 원화환율 상승세 지속 전망=환율 동향 역시 북핵 사태의 해결 추이에 따라 춤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대두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의 매력이 부각될 경우 원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환자금팀장은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북핵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긴급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핵 관련 불확실성이 워낙 커 역외 세력들이 원화 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ㆍ달러 환율은 당분간 950원선 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규 외환은행 차장도 “원ㆍ달러 환율이 955원선을 지지선으로 삼아 전 분기 고점이었던 965원선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