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커스]불안한 기류 흐르는 우리금융 매각 작업

우리금융매각 작업이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불황기에 인수합병(M&A)시장에 쏟아진 우량 매물과 KB사태 등으로 우리금융 매각 작업의 열기마저 반감되면서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2일 우리F&I 본입찰에서는 예비입찰에 응한 9개 후보 가운데 4개사가 빠졌고, 우리파이낸셜 인수 경쟁에서는 유효경쟁이 겨우 성립됐다.
일각에서는 매각자와 매수자 간에 생각하는 희망 가격 괴리가 커 "거래 성사가 어려울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각각 16일과 23일 본입찰을 마감하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물과 지방은행의 경우도 복잡한 함수로 얽혀 매수자 측에서 긍정적 시나리오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금융 계열사 인수전에 참여하는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KB 사태 등 돌발변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금융 매물만 쳐다보지 않아도 되는 매물 홍수 상황인 데다 지방은행의 경우 세금과 같은 민감한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며 "보수적인 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길한 전조, 우리F&I·파이낸셜 흥행 저조=시장에서는 벌써 우리파이낸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이, 우리F&I는 대신증권 혹은 사모펀드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열 경쟁으로 매입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예비입찰 당시 관측이 무색할 정도로 본입찰 경쟁이 '김 빠진 구도'가 되면서 결과 예측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우리파이낸셜은 강력한 후보였던 메리츠금융이 LIG손보 인수로 방향을 틀었고 또 다른 라이벌 KT캐피탈은 어수선한 내부 사정으로 인수 의사를 접으면서 KB금융과 대신증권 간 맥 빠진 경쟁이 돼버렸다. KB금융은 우투증권 인수에 최우선을 두고 있고 대신증권도 우리F&I 매입에 치중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어느 쪽도 최선의 후보가 아닌 셈. 그나마 자금력이 우위인 KB금융이 결국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F&I도 부실채권(NPL) 시장 업계 1위인 유암코의 지분 매각이 시작되면서 흥행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이 본입찰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KB금융은 우투증권, BS지주는 경남은행 인수에 주력하고 있음을 떠올리면 사실상 대신증권, IMM PE, KKR 등 3파전에 불과하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당초 매각가격으로 우리F&I는 5,000억원, 우리파이낸셜은 3,000억원 정도가 거론됐지만 이제는 양사 모두 2,5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자금 회수에 사활을 거는 당국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투증권, 지방은행도 먹구름=우투증권 패키지 매물은 NH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파인스트리트 등 3파전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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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B금융은 KB 사태로 이사회가 적극적인 베팅에 브레이크를 걸 소지가 다분하고 농협지주도 이미 동양증권을 비롯해 잠재 매물로 분류되는 KDB대우증권·현대증권 등으로 두루 눈을 돌릴만한 상황이다. LIG손보도 구미가 당기는 매물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KB나 농협이나 공식적으로는 우투증권 인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두고 게임에 임할 가능성이 커 우리금융 매각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은행 매각도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연말까지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세금 소급 문제 등의 발생을 막을 수 있지만 개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세금 문제를 풀지 못하면 소액주주 반발 등으로 원활한 매각작업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현재 개정안은 의원입법 발의돼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예산안 관련 법안과 같이 연말에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꼬이다 보니 우리금융 계열사 매각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루머마저 나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근거 없는 억측"이라며 "좀 어려워진 것은 맞지만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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