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사건 처리과정이 발생 당시 못지 않게 혼선을 빚고 있다.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한 감사과정에서 감사원과 여야 각 당의 이해 관계가 서로 얽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중복감사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노조원 10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을 개최할 예정이여서 ‘김선일 후폭풍’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역시 국정조사를 임하는 자세에서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당은 김선일씨 처리과정에서 외교통상부의 수십년 묶은 관료적 병폐가 드러났다면서, ‘개혁 드라이브’와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가 정부의 무능을 잉태했다며 고영구 국정원장과 이종석 NSC(국가안정보장회의) 차장에 공격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여야간에 당략적인 문제로 변질될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우선 중복감사가 문제이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28일 오전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대표단을 잇따라 방문해 “국회가 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하되, 중복조사에 따른 피감 기관의 문제점을 고려해 일정을 조정해 혼란을 막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강행할 경우 감사원 감사와 시기와 대상 등에서 상당 부분 일치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인 것이다.
이에 대해 천 대표는 “실무적 조정을 해볼 수는 있지만 감사원 감사계획 때문에 국정조사 일정을 늦출 수는 없다”고 전 원장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대표도 “감사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만 우리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며, 행정부를 국회가 감시하는 것으로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는) 방향이나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가 국정조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당의 경우 외교부를 한나라당은 국정원과 NSC를 각각 타깃으로 삼아 나름대로의 목적을 성취시키려는 당략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청와대쪽에서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감싸면서 우리당측에 외교부에 대한 공격을 자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도는 등 상황은 여러가지로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한편 여야 각 당은 ‘김선일 피랍 및 피살사건 국정조사’ 계획서의 국회본회의 제출을 이틀 앞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20명으로 구성되는 특위위원 인선을 서두르는 한편 당별로 구체적인 조사대상기관과 증인ㆍ참고인 범위, 현지조사단 파견을 포함한 구체적 활동계획 수립에 나섰다. 여야는 이라크 현지에 파견할 조사단원으로 윤호중, 이화영(이상 열린우리당), 권영세, 박진(이상 한나라당) 의원을 내정했다.